[And 앵글속세상] 바람 따라 흐르니 길이 되네… 부여 하늘 수놓은 열기구 기사의 사진
하늘을 향한 인간의 욕망은 비행을 통해 해소된다. 열기구는 인간이 원하는 높이까지 떠오르게 한다. “우리의 인생이 어디로 향할지 모르듯 열기구도 높낮이만 조절이 가능할 뿐 어디로 향할지는 바람이 결정한다. 인생의 흐름에 몸을 맡기자. 우리는 기구를 데우는 불꽃처럼 열정만 조절하면 된다. 자유롭게 날아가다 보면 내가 원하는 목적지에 도달할 수도 있다.” 열기구 조종사들이 말하는 열기구의 재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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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기류 달라 다양한 비행 경험
국내 1위 서정목 “바람 길 알아야… 원하는 곳 도착 때 쾌감 대단해”
국제대회 출전하려고 해도 열기구 운반비 만만치 않아
월드랭킹 등록 한국 선수 2명뿐… 지원·후원 없인 발전 힘든 종목


‘두둥∼실’.

지난 3∼4일 충남 부여의 백마강 하늘엔 오색찬란한 열기구들이 수없이 떠돌아다녔다. 이틀간 열린 2017-2018 코리아 열기구 그랑프리 5라운드 경기(제3회 티웨이컵)에선 참가 선수들의 열기가 가득했다. 이들은 하나같이 열기구의 매력에 흠뻑 빠져 있었다. 서울 강서구 출신 한 선수는 “백 번 천 번 올라가도 매번 기류가 달라 다양한 비행을 경험할 수 있어 흥분된다”고 귀띔했다. 유일한 여자 조종사 노은영 선수는 “낮게 깔리는 구름 위로 올라가면 태양과 기구, 그리고 구름만 가득한 세상을 볼 수 있다”며 열기구의 매력을 털어놨다.

이번 대회는 세 가지 방식으로 펼쳐졌다. 20분 비행 후 이륙 지점과 가장 가까운 곳으로 날아가는 MND(Minimum Distance·최소거리), 경기 시작 전 심판이 특정 지역에 표적을 정하고 그 표적을 향해 날아가는 JDG(Judge Declared Goal·심판이 지정한 목표), 주최 측이 10분 먼저 기구 한 대를 띄우고 나머지 선수들이 그 기구를 추적해 랜딩한 장소를 향해 날아가는 HNM(Hare and Hound·일명 토끼몰이). 종목당 1000점 만점으로 선수들이 하늘의 기구에서 모래주머니를 던져 표적 100m 안에 들어가야 점수로 인정을 받는다.

열기구는 오직 바람에 따라 움직인다. 바람은 높이에 따라 풍향이 다르다. 버너를 사용해 풍선 내 공기를 가열하면 기구는 상승한다. 풍선의 상단에는 고도를 조절하는 ‘립 패널’이 있다. 조종사는 그 장치를 열어 풍선 안의 뜨거운 공기를 빼내 고도를 낮출 수 있다. 능숙한 조종사는 열기구의 고도를 바꿔가며 바람을 이용해 원하는 방향으로 비행한다. 국내 랭킹 1위인 서정목 선수는 “바람을 이용해야 하는 경기인 만큼 바람의 길을 알아야 한다”며 “어디든 내가 원하는 곳에 도착했을 때의 쾌감에 열기구를 탄다”고 설명했다.

2017년 세계 열기구 선수들의 월드 랭킹에 등록된 선수는 925명. 이 중 중국은 96명, 일본은 50명의 선수가 이름을 올렸지만 한국은 단 2명뿐이다. 국내 선수들은 우선 ‘카테고리 1’이라 불리는 국제대회인 대륙간컵, 월드챔피언십, 월드에어게임 등에 참가해야 랭킹 포인트를 획득할 수 있다. 하지만 열기구는 1대 가격이 2000만원을 넘는 데다 한 번 띄우려면 3∼4명의 팀원이 필요해 어려움이 적지 않다. 중국의 경우 열기구 선수들은 국가대표로 인정돼 전액 정부의 지원을 받는다. 반면 우리나라는 열기구가 레저의 성격이 강한데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아닌 국토교통부 소관이라 국가대표로 지원받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김문태 한국열기구협회장은 “국제대회에 출전하려 해도 항공기로 열기구를 운반하는 비용을 개인이 감당하려면 부담이 만만치 않다”며 “열기구 분야는 정부의 지원과 기업들의 후원 없이는 발전하기 힘든 종목”이라고 말했다.

사진·글=최현규 기자 froste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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