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이은형] 삶과 밀접한 공공일자리 창출 기사의 사진
부모님이 모두 치매에 걸린 친구 A. 요양사가 낮에는 오지만 밤에는 친구가 부모님 댁에서 잔다. 직장생활에 두 집 살림까지 하느라 얼굴이 반쪽이다. 큰 수술을 하신 뒤 정신연령이 초등학생 수준으로 퇴보해버린 시아버지와 무릎 수술을 하신 시어머니를 돌보는 친구 B. 이 친구는 자신의 가게를 접어야 할 상황이다. 우리 학교 동료 교수는 형제가 교대로 혼자 사는 아버님 댁에 가서 잠을 잔다.

자녀들의 삶은 힘들지만 그 부모님들은 참 행복한 편에 속한다. 집에서 생활하고, 자녀가 근처에 있으며, 잠도 같이 자기 때문이다. 2016년 기준 장기요양을 필요로 하는 노인이 52만명, 치매 환자는 72만명에 이르는데 대부분은 여건이 매우 어렵다. 저소득층 가정의 경우 가족의 붕괴, 인간의 존엄성 훼손, 가족 내 폭력 등 더욱 심각한 문제를 겪는다.

우리보다 한 발 앞서 초고령사회를 경험하고 있는 일본에서 중증 질환 고령자를 둘러싼 문제가 심각하다. 최근 큰 이슈가 되고 있는 것은 노인 학대와 개호이직(介護離職) 문제다. 요양시설뿐만 아니라 방문돌봄 서비스 종사자들의 노인 학대 사례가 급증하고 있는데 가장 큰 이유는 일손 부족이라고 한다. 노인들의 수는 크게 증가하는 반면 이들을 돌볼 젊은 직원들이 적기 때문이다. 또 다른 문제는 가족의 삶이 무너지는 것이다. 부모를 요양시설에 모실 돈이 없어 직장을 그만두고 직접 돌보는 것을 일컫는 이른바 개호이직 현상이 큰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개호이직으로 인해 일본 내 중산층이 붕괴하고 사회 취약계층이 증가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아베 신조 총리가 ‘개호이직 제로’라는 정책 목표를 세우고 2020년까지 입주 간병인을 38만명에서 50만명으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일본은 1970년 고령화사회에 진입한 이후 초고령사회에 이르는 오늘날까지 꾸준히 사회체계, 법령, 복지, 관련 산업 등을 정비하고 발달시켜 왔다. 일본의 노인들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살기 좋은 환경에서 비교적 편안하게 노년을 보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동네 골목 구석구석에 자리 잡은 편의점이나 작은 슈퍼마켓에 1인용 음식이나 실버용품이 얼마나 잘 갖춰져 있는지 놀라울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령화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고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 감소에 따라 개호이직, 노인 학대, 고독사 등의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비교적 대응을 잘 했다는 일본도 어려움을 겪는 것을 보면 우리나라의 초고령사회 대비는 매우 시급하다.

우리나라는 2000년 고령화사회에 진입했지만 일본보다 진행 속도가 더욱 빨라 2025년에는 초고령사회가 될 것이라 한다. 어쩌면 더 빨라질 수도 있다. 의료, 돌봄 등 사회서비스 수요가 급증하고 있지만 현재 우리의 상황은 열악하다. 돌봄 서비스의 경우 민간 업체가 난립해 지나친 경쟁으로 이어지면서 서비스 종사자들은 저임금에 시달리고 서비스의 질은 저하된 상태다. 급증하는 사회서비스 수요에 체계적으로 대응하는 공공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은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다. 기능별 정부 규모 국제비교 연구를 수행한 한국행정연구원 조세현 박사의 최근 연구 결과는 우리나라 사회서비스 분야가 다른 나라와 비교해서도 많이 부족한 것을 보여준다.

정부는 소방관, 경찰, 집배원 등 현장 민생 공무원 확충, 보육 및 요양 등 사회서비스 일자리 확충을 중심으로 한 공공일자리 창출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분명히 방향은 잘 잡았다. 단 공공일자리는 고용이 보장되고 임금 수준도 안정적이라 한 번 확대하면 장기적인 재정 부담으로 이어지고, ‘81만개 창출’이라는 목표가 과도하다는 우려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정부가 공공일자리 창출에 성공하려면 반드시 전제가 있다. 국민들의 삶과 밀접한 연관이 있고 꼭 필요한 사회서비스, 현장 공무원 등을 늘리는데 집중해야 한다. 비록 목표한 수치에 못 미치더라도 내용이 좋으면 충분하다.

이은형 국민대 경영학부 교수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