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혜림] 기념일이 힘든 젊은이들 기사의 사진
화이트데이 시즌 한정판 케이크 출시, 화이트데이 여심 저격 주얼리 출시, 화이트데이 로맨스 갈라 디너 프로모션, 화이트데이에 어울리는 이색 선물 치킨, 도심 속 특급호텔에서 보내는 화이트데이….

하루에도 수십 통씩 쏟아져 들어오는 자료 메일들. 요 며칠 사이에는 14일 화이트데이를 앞두고 관련 프로모션 자료가 넘쳐 난다. 2월 14일 밸런타인데이가 설 연휴 전날이어서 특수를 놓친 업체들이 맹공에 나섰다. 케이크는 그렇다 해도 치킨에 이르면 웃음이 나고, 특급호텔 패키지는 세대 차이를 실감케 한다. 3월 14일뿐이랴. 매월 14일이 이름 있는 날이다. 4월 14일 ‘블랙데이’를 빼고는 모두 연인들을 위한 날이다. 블랙데이는 2월, 3월에 사탕이나 초콜릿을 받지 못한 이들이 자장면을 먹는 날이란다. 여기에 2월 22일 커플데이와 11월 11일 빼빼로데이까지 있다.

이 가운데 밸런타인데이 정도가 유래를 더듬어 볼 만하다. 269년 2월 14일 발렌티노 신부의 순교를 기리는 것에서 시작됐다. 당시 로마 황제가 결혼을 금지한 군인들의 주례를 맡았다가 죽임을 당했다고 한다. 또는 황제의 허락을 얻어야 결혼할 수 있었던 당시에 허락받지 못한 젊은 연인들을 결혼시킨 죄로 순교했다고도 한다. 화이트데이는 마시멜로 매출을 올리기 위한 일본 제과업계의 상술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졌다. 빼빼로데이의 시작과 비슷하다. 나머지 날들도 유통업계의 마케팅에서 나온 것들이다.

이유야 어쨌든 젊은 연인들을 위한 날들이 즐비한데, 이날들이 정작 젊은이들에게는 짐인 듯하다. 결혼정보 회사 듀오가 지난달 23일부터 3월 9일까지 미혼남녀 354명(남녀 각 17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54.8%가 기념일이 부담스럽다고 했다. 그 이유로는 경제적 문제(35.5%, 복수응답)를 제일 많이 꼽았다.

오는 15일 정부가 청년 일자리 대책을 발표한다. 알맹이와 실효성 있는 대책이 나와 젊은이들의 주머니가 두둑해져 매월 14일을 즐거운 마음으로 보낼 수 있게 됐으면 좋겠다. 그런데 걱정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1호 업무지시로 탄생한 게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다. 위원장을 문 대통령이 직접 맡았을 정도로 비중을 뒀다. 실질적으로는 이용섭 부위원장이 업무를 총괄했다. 그런데 그는 지난 2월 초 광주시장 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떠났다. 그 자리가 1개월 넘게 비어 있다. 그 뒤 아무도 오지 않고 있다.

김혜림 논설위원 겸 선임기자

삽화=이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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