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미술도 한반도의 문화다” ‘평양미술 조선화 너는 누구냐’ 펴낸 문범강 교수 기사의 사진
문범강 미국 조지타운대 교수가 13일 서울 종로구 대한출판문화회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펴낸 ‘평양미술 조선화 너는 누구냐’를 소개하고 있다. 천경자(1924∼2015) 화백의 사위이기도 한 그는 북한 미술의 문제점을 다룬 후속작도 준비 중이다. 뉴시스
“북한의 미술 작품을 처음 본 게 2010년이었어요. 저 역시 반공교육을 받고 자란 세대여서 두려움을 느꼈었죠. 그런데 이런 생각도 들더군요. ‘어떻게 인물을 이렇게 시적이면서도 낭만적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그때부터 북한 미술 연구에 매달리게 된 거 같아요.”

문범강(64) 미국 조지타운대 교수는 13일 서울 종로구 대한출판문화회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문 교수는 “북한의 미술에서 건져 올릴 수 있는 한반도의 에너지란 무엇일까 궁금했다”며 “북한 미술도 한반도의 문화유산”이라고 했다.

간담회는 문 교수가 최근 펴낸 ‘평양미술 조선화 너는 누구냐’(서울셀력션)의 출간을 기념하는 자리였다. 책에는 문 교수가 지난 6년간 9차례나 평양을 방문해 취재한 북한 미술의 세계가 담겨 있다. 그는 이 책을 쓰기 위해 북한에서 미술 작품을 생산해내는 회사인 만수대창작사 백호창작사 삼지연창작사 중앙미술창작사 등지를 방문했다. 북한의 유명 작가들도 인터뷰했다. 중국도 수차례 방문했다. 중국 미술과의 연관성을 살피기 위해서였다.

책의 핵심은 북한의 동양화를 일컫는 ‘조선화’의 매력을 분석한 내용이다. 조선화는 외부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고 독자적으로 발전한 독특한 회화 양식이다.

일반적으로 북한미술은 예술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체제 선전을 목적으로 제작된 작품이 많아서다. 하지만 문 교수의 생각은 다르다. 그는 “인간 내면의 미묘한 감정을 섬세하게 포착해내고 있는 작품이 많다”며 “다른 나라에선 보기 힘든 양식”이라고 했다.

문 교수가 얼마나 조선화의 예술성을 떠받드는지는 그의 책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는 이렇게 적었다. “과연 북한의 문화계나 과학계를 통틀어 세계 최첨단을 달리는 분야가 한 곳이라도 있는가. 폐쇄, 억압, 독재, 가난 그리고 핵으로 대변되는 환경에서 ‘세계 최고’가 붙을 분야는 없어 보인다. 그러나 있다. 조선화가 그 장본인이다.”

해외에서 그는 이미 ‘북한 미술 전문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여름엔 미국 워싱턴 아메리칸대에서 북한 미술 전시회를 기획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문 교수는 오는 9월엔 광주비엔날레에 큐레이터 신분으로 참여해 북한 미술 작품들을 선보일 예정이다.

문 교수는 “이제 한국은 (북한) 이념에 대해 두려워하지 않아도 될 시점이 됐다”며 “이런 시기가 온 만큼 북한 미술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전시로 꾸미려고 하는데, 정부가 아직 작품 운송에 대한 승인을 해주지 않아 의도한 대로 전시가 이뤄질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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