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피해자에 도움되는 10가지… ‘믿어주고 비난말고 이해를’ 기사의 사진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성폭력을 고발한 김지은씨는 “진실이 밝혀질 수 있도록 (국민들이) 도와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미투를 선언한 피해자들은 김씨처럼 도움을 청하고 있다. 이들을 어떻게 도와야 할까. 성폭력 근절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면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을 찾아봐야 한다. 방법이 없지 않다.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설연구기관 ‘울림’의 연구보고서 ‘우리가 말하는 피해자란 없다: 성폭력 통념 비판과 피해 의미의 재구성’은 우리 사회가 성폭력에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지를 제시한다. 보고서는 사회 통념부터 바꿔야 한다고 지적한다. 지금껏 성폭력은 ‘극복할 수 없는 치명적인 피해’로 여겨져 왔다. 이는 성폭력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는데 주효하게 작용했다. 하지만 이런 통념이 2차 피해를 일으키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통념은 ‘성폭력 피해자라면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힘들어야 한다’는 피해자의 전형적인 틀을 만들어냈다. 피해자라면 화장기 없는 얼굴, 단정한 옷차림, 조신한 태도를 평소에 보였을 것이고 피해를 당한 뒤엔 누구든 눈치 챌 만큼 불안해하거나 고통스러워해야 한다는 식의 ‘피해자다움’이라는 전형성까지 만들어졌다. 이 틀에서 벗어나면 ‘꽃뱀’으로 내몰리기 십상이었다.

이런 규정은 피해자의 치유와 회복 자체를 막는 일이기도 하다. 성폭력 피해가 고통스러운 일이라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된 만큼 그 피해를 과도하게 규정짓는 방식은 재고해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성폭력 피해자들을 트라우마로 몰아넣는 것은 2차 피해인 경우가 많다. 직접적인 피해 못잖게 성폭력을 둘러싼 주변의 수군거림과 그릇된 통념이 피해자들을 힘들게 한다. 그런 만큼 주변 사람들의 반응에 따라 피해자의 정신적 피해 정도가 달라진다.

보고서에 따르면 피해자를 ‘망가진 존재’로 대하는 경우 피해자가 자기혐오에 빠지게 되는 일이 흔하다. 악성 루머나 피해자에 대한 의심은 피해의 책임을 스스로에게 돌리게 한다. 피해를 호소했을 때 “과도하게 예민하다”거나 “상대방은 그럴 의도가 아니었는데 네가 오해한 것”과 같은 식의 위로는 오히려 피해자들을 괴롭히는 반응인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큰 힘이 되는 태도는 ‘믿어주는 것’으로 드러났다. 성폭력 피해자 235명에 대한 설문·면접 조사 결과 피해자에게 가장 도움이 된 말이나 행동은 ‘피해자의 설명을 믿어줬다’(4.25점·5점 만점)로 나왔다. 피해자를 비난하지 않고 피해자에 대해 판단하지 않은 것, 피해자의 감정을 귀담아 듣고 이해해준 것, “당신 잘못이 아니다”라고 말해준 것 등이 크게 도움이 된 것으로 조사됐다.

울림 연구소장을 지낸 권인숙 한국여성정책연구원장은 “성폭력을 극복하기 힘든 문제로만 규정하는 것은 피해자들의 두려움을 과도하게 조장한다. 피해자에 대한 이해 지지 공감이 이들을 돕는 것으로 확인된 만큼 성폭력에 대한 통념을 바꿔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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