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자 조간신문에 실린 여군 기사는 우리나라가 인권국가가 맞나 싶을 정도로 부끄럽다. 국가인권위원회는 부대의 유일한 여군에게 여자화장실을 쓰지 못하게 한 육군 모 포병대대 주임원사 A씨에 대해 징계를 권고했다. 2016년 9월 육아휴직을 마치고 복귀한 하사 B씨는 대대 본부 건물에 하나밖에 없는 여자화장실을 쓸 때마다 행정반 남자 직원들에게 열쇠를 받아가야 했다. 이마저 화장실 변기가 고장 났을 때는 근무지에서 50여m 떨어진 위병소 면회객 화장실을 사용했고 급한 경우에는 탄약통을 요강 대용으로 썼다. B씨는 이런 사정을 당시 상급자인 A씨에게 알렸지만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B씨가 부대 내에서 이런 따돌림을 당한 것은 2012년 상관의 성추행을 알렸기 때문이라고 한다. 치졸한 2차 가해가 아닐 수 없다.

군대도 금녀의 벽이 허물어진지 오래다. 지난해 여군 비율은 5.5%다. 지금이 어떤 시대인데 아직도 이런 차별이 벌어지고 있다니 기가 막힌다. 더 큰 문제는 B씨가 군대 내에서 아무 도움을 받을 수 없었다는 점이다. B씨는 상급 부대 양성평등상담관에게 전화를 걸었으나 “성 관련 문제가 아니면 도와주기 힘들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한다.

그동안 군대 내 성추행이나 성폭행 등 성폭력 문제가 끊이지 않았다. 엄격한 상명하복 체계를 가진 폐쇄적인 군 문화에서 여군들은 폭력을 당하면서도 하소연조차 제대로 못했다. 상관의 성폭행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도 여러 차례 일어났다. 그때마다 국방부는 개선책을 내놨지만 이번 사건을 보니 무늬만 양성평등 정책을 펴고 있었던 셈이다. 피우진 국가보훈처장은 30년 전 대위 시절 술자리에 상관이 부르자 여군 하사관에게 군복을 입혀 내보냈다고 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여군에 대한 생각이 달라지지 않은 것 같아 씁쓸하다. 군대 내 양성평등 문화가 정착되도록 인식부터 바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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