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벤저스’ 컬링 뒤엔 멘털코칭 있었다 기사의 사진
한국 휠체어컬링 대표팀의 스킵 서순석(오른쪽)이 13일 강원도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패럴림픽 휠체어컬링 혼성 예선 6차전 핀란드와의 경기에서 동료들과 전략을 논의하고 있다. 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이전이미지다음이미지

“전략에는 사실상 정답 없고 기술 외 선수들 의사소통 강화”
선수들 멘털코치가 나눠준 ‘루틴 카드’ 숙독하며 리듬 유지
멘털 일지 쓰고 피드백 받기도… 스위스 6대 5 꺾고 공동 선두


“스킵(주장)이 짜는 투구 전략에는 사실 정답이 없습니다. TV 화면에는 드러나지 않지만, 선수들끼리 민감해지는 장면도 보여요. ‘만일 이렇게 했다면’이나 ‘나를 믿지 않는구나’ 하는 감정들이 쌓일 수도 있지요.”(장창용 휠체어컬링 대표팀 멘털코치)

‘영미, 영미’를 연호하며 유쾌하게 관람했지만, 컬링 한 경기 속에는 엄청난 갈등과 스트레스가 숨어 있다. ‘빙판 위의 체스’인 만큼 투구마다 무궁무진한 변수가 등장하고, 선수들이 빙판 위에서 제안하는 해법은 때로 충돌한다. 짧은 순간 의견을 모아 던진 스톤이 빗나가면 아쉬움과 함께 앙금도 쌓인다.

한국 휠체어컬링 대표팀의 평창패럴림픽 선전은 컬링의 멘털스포츠적 성격을 충분히 대비한 결과이기도 하다. 장 코치는 13일 강릉 컬링센터에서 국민일보를 만나 “팀의 가장 큰 테두리는 응집력”이라며 “기술과 전략 이외에 선수들의 의사소통을 강화했다”고 말했다. 선수들은 강호 캐나다를 꺾은 12일에도 팀 미팅을 갖고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장 코치의 제안에 따른 것이었다.

휠체어컬링 대표팀 선수들은 장 코치가 나눠준 ‘루틴 카드’를 수시로 숙독한다. 방민자에게 건넨 카드에는 ‘쭈우욱’이라는 말이 적혀 있다. 긴장하지 말고 힘을 뺀 채 던지라는 조언이다. 선수들은 이 카드를 늘 갖고 다닌다. 경기 중에도 휠체어에 꽂혀 있다.

장 코치는 “선수들이 각자의 샷을 하기 전에 본인들의 리듬을 잃지 않도록 일종의 지침을 사진과 함께 건네 줬다”고 말했다. 일류 농구선수들이 자유투를 던질 때 똑같은 동작을 취해보는 것과 같은 원리다. 그는 “여자양궁 금메달리스트 기보배도 이러한 루틴카드를 썼다”고 덧붙였다.

선수들은 장 코치로부터 ‘5대 집중법’을 교육받은 뒤 ‘원팀’이 됐다. 현재에 집중, 과정에 집중, 통제 가능한 것에 집중, 최적 에너지 수준을 유지하는 데 집중, 팀원을 부정평가하지 않는 데 집중하자는 것이다. 선수들은 ‘얼음이 왜 이렇지?’ 하며 빙질에 민감해 한다. 이때 장 코치는 “얼음의 상태를 받아들이고 얼마나 세게 던질 것인지 계산하라”고 조언한다.

멘털코치는 누구보다 섬세해야 한다. 장 코치는 선수들이 이겨서 하이파이브를 하는 중에도 각자의 표정을 살핀다. 경기 끝에 아쉬움이 남은 선수에게는 숙소에 돌아가는 시간에 맞춰 전화를 건다. 평창패럴림픽 2개월 전부터는 선수들에게 ‘멘털 일지’를 나눠줬다. 그날그날의 계획, 잘한 점, 아쉬운 점 등을 공란에 적게 했다. 선수들은 그 내용을 촬영해 카카오톡으로 장 코치에게 보내고, 장 코치는 피드백을 했다.

멘털코칭의 효과는 경기 결과로 입증되고 있다. 휠체어컬링 대표팀은 이날 오전 핀란드에 11대 3으로, 오후엔 스위스에 6대 5로 승리했다. 6승 1패로 12개팀 가운데 중국과 함께 중간순위 공동 1위다. 남은 4경기에서 1승만 추가하면 준결승 진출이 유력하다. 마지막 투구로 스위스의 스톤을 쳐내며 승부를 결정지은 선수들은 ‘대한민국’을 외치는 관중석을 향해 양팔로 하트를 만들었다.

장 코치는 멘털 코칭이 단순히 경기력 향상만을 노린 게 아니라 생활 전반의 기술에 대한 조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긍정적으로 따라와 준 선수들에게 고마운 마음이며, 내가 오히려 ‘힐링’되는 듯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그는 선수들에게 “서로를 믿는 마음으로 마지막까지 승리하길 바란다”는 말을 남겼다.

강릉=이경원 박구인 기자

사진=최현규 기자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