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속보도] 지열이 전기로… 후쿠시마 온천마을의 탈원전 기사의 사진
일본 후쿠시마 지역의 바이너리 지열 발전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와타나베 리오. BBC 캡처
지진으로 유령도시가 돼버린 고향에 돌아온 20대 청년
방사능 공포로 쇠락한 마을서 지열 활용한 전력사업에 투신
안전한 대체에너지 공급 성공


기다려온 날이었고, 기념해야 할 날이었다. 2011년 3월 11일, 스물세 살 청년 와타나베 리오는 도쿄의 대학 졸업식장에 있었다. 그런데 땅이 흔들렸다.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일본에선 1년에 수만 번 겪는 일이니까.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진동의 세기가 심상치 않게 느껴졌다. ‘진원지가 도쿄인가?’ 하고 와타나베는 생각했다. 도쿄에서 서쪽으로 320㎞ 떨어진 곳이 진앙이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 그의 머릿속을 스친 건 고향 후쿠시마에 있는 가족, 그리고 아버지가 가업으로 운영하고 있는 산수이소 료칸(여관)이었다.

쓰나미로 1만6000명에 가까운 이들이 희생됐다. 와타나베의 고향은 쓰나미의 직접적인 피해를 입지는 않았지만, 산수이소 료칸을 찾는 관광객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산수이소 료칸이 있는 후쿠시마현 쓰치유 온천지대에는 10여개의 크고 작은 료칸이 들어서 있다. 온천을 찾는 사람들로 항상 붐비던 곳이다. 하지만 쓰나미 당시 발생한 원자력발전소의 ‘멜트다운’(meltdown·노심용해)으로 방사능 공포가 확산되면서 후쿠시마는 유령도시가 됐다.

료칸을 살리기 위해 와타나베는 틈틈이 고향에 내려와 가족을 도왔지만 시간이 흘러도 료칸의 매출은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당시 상황에 대해 와타나베는 지난 11일 B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모든 예약이 취소됐고, 힘겨운 시간을 겪어야 했다. 내 미래도 송두리째 파괴된 느낌이었다”고 털어놨다. 담쟁이가 빈집들을 뒤덮고, 버려진 자동판매기가 길에 나뒹굴었다.

하지만 쓰나미가 가져온 긍정적인 변화도 분명히 있었다. 일본의 에너지 정책에 대해 다시 한 번 고민하게 된 것이다. 와타나베 가족과 마을 사람들이 ‘쓰치유 재건’을 다짐하면서도 에너지 문제에 생각이 모였다.

마을 사람들은 지역에 있는 바이너리(Binary) 지열 발전소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재앙을 가져온 원자력 발전 대신 지역의 좋은 에너지원인 온천을 활용해 에너지를 공급하고 지역 활성화도 도모하겠다는 취지였다. 바이너리 지열 발전이란 온천장 주변 지열에 화학물질을 합성해 전력을 생산하는 것이다. 여러 개의 금속 파이프가 얽혀있는 발전 시설은 농구장 정도의 면적만 있으면 가동된다.

와타나베는 온천과 료칸을 찾아온 사람들에게 지열 발전소의 금속 파이프와 터빈을 소개했다. 시설을 견학한 손님들은 대부분 감탄하고 흥미로워했다. 온천장도 활기를 되찾기 시작했다. 방사능에 노출될 수도 있다는 두려움에 후쿠시마를 피하기만 하던 사람들은 안전한 대체 에너지 개발에 적극적인 지역사회의 노력을 높이 평가했다.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나기 전인 2010년 일본은 에너지 수급의 30%를 원자력 발전에 의지했다. 2020년까지 이 수치를 50%로 끌어올리려는 계획도 있었다. 하지만 지진 이후 원자력 발전에 의한 에너지 생산은 거의 제로 수준으로 떨어졌다. 원자력 발전을 대신할 재생에너지 연구는 절박한 문제다.

나카이와 마사루 후쿠시마재생에너지연구원장은 “쓰치유 사례에서 보듯 산이 많고 온천이 전국에 퍼져 있는 일본의 지형적 특색은 대체에너지 발전을 하기에 이상적”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가지고 있는 자원을 활용하기 때문에 초기비용을 줄일 수 있는 현실적인 해결책이기도 하다. “이런 작은 규모의 에너지 프로젝트는 일본의 미래가 될 수 있다”고 나카이와 원장은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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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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