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고승욱] 일본 총리 관저 앞 기사의 사진
일본 총리 관저는 도쿄 시내 한복판에 있다. 국회의사당 바로 앞이다. 주소는 지요다구 나가타초 1번지. 나가타초는 최고재판소, 외무성 같은 중앙부처, 주요 정당이 모인 곳이어서 여의도처럼 정계를 뜻하는 말로 쓰인다. 주변에 호텔을 비롯한 고층 건물이 즐비해 오지랖 넓은 한국인 관광객이 경비를 걱정하는 곳이기도 하다.

총리 관저 앞은 일본인의 오랜 시위 장소다. 아베 신조 총리의 외할아버지인 기시 노부스케 전 총리가 1960년 미·일 안보조약 개정을 강행할 때는 33만명이 인근 도로를 가득 채웠다. 1960년대 학생운동이 전공투 중심으로 재편되는 과정에서는 캠퍼스를 벗어난 대학생이 모였다. 적군파의 극단적인 투쟁 방식 탓에 학생운동이 퇴조한 1970년대 초반까지 이곳은 거의 매일 반전·반미 시위로 몸살을 앓았다.

이후 40여년간 거의 사라졌던 시위대는 동일본대지진을 계기로 다시 나타났다. 일본 정부의 무리한 원전 재가동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2012년 3월 총리 관저 앞에서 ‘금요집회’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300여명에 불과했지만 8월이 되자 20만명으로 커졌다. 원전 재가동을 막는 데는 실패했지만 총리가 있는 곳이 다시 시위대의 집결지로 떠올랐다. 일본인을 납치해 살해한 테러조직 이슬람국가(IS)를 규탄하는 시위도 여기서 열렸다. 2015년 집단적 자위권을 허용하는 내용의 안보 관련 법안을 아베 총리가 강행 처리하자 12만명이 모여 격렬하게 반대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때 등장한 경찰버스의 ‘차벽’ 사진이 우리나라에서도 화제였다.

아베 총리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가 며칠 전부터 총리 관저 앞에서 시작됐다. 모리토모 학원 스캔들에 분노한 시민들이다. 규모가 1000여명이라니 2016년 겨울 광화문을 뜨겁게 달궜던 촛불시위에 비할 것은 아니다. 하지만 화합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일본인이 총리 퇴진을 외치는 것을 보면 가볍게 생각할 문제는 아닌 듯하다.

고승욱 논설위원

삽화=이영은 기자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