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 열며-이기수] 어려서부터 인성교육을 기사의 사진
이런 우화가 있다. 신은 가끔 사람들에게 빵 대신 돌멩이를 던진다. 그때 누군가는 돌을 원망하며 걷어차다가 발가락을 다치고, 다른 누군가는 그 돌을 주춧돌 삼아 집을 짓는다. 생각하고 행동하는 대로 거둔다는 뜻이다. 삶은 크고 작은 돌멩이를 맞는 일의 연속이다. 그 돌멩이에 대처하는 방식이 자기방어다. 어떤 사람은 왜 자기한테만 돌이 날아오느냐며 화를 내고, 어떤 이는 그 방향을 연구해서 피할 길을 찾는다. 또 다른 이는 상처를 보듬으며 돌을 쌓아 뭔가를 만든다.

정신신경면역학자 변광호(76) 박사가 펴낸 ‘E형 인간 성격의 재발견’에 나오는 얘기다. 변 박사는 “(불협화음을 일으키는 사람이 되지 않으려면) 성격대로 살지 말고, 타인을 배려하고 존중하며 봉사하는 성격으로 바꿔 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서지현 검사의 고발로 시작된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이 사회 각계로 확산되고 있다. 14일 현재 미투 참여 피해자 수는 50명을 훌쩍 넘어섰다. 미투 대상으로 꼽힌 가해자들은 왜 자신의 비서를, 후배를, 제자를 희롱하게 됐을까. 정신과학자들은 그 이유를 성장 과정에서 자기밖에 모르는 성격을 갖게 된 사람이 권력을 성적으로 잘못 행사한 데서 찾고 있다. 국제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기선완 교수는 “타인을 배려할 줄 모르고, 특히 젊은 여성을 성노리개로만 삼았을 가해자들의 행태에서 다분히 자기애성 인격장애 성향이 보인다”고 지적했다.

인격장애란 대인관계와 사회적 기능, 직장·학교 생활 등에서 계속 문제가 발생하는 성격을 가리킨다. 가장 큰 문제는 결함이 있는 것을 알고도 치료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당사자가 병적 상황으로 인식하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자신은 문제가 없고, 자신을 이상하게 보는 남들이 더 문제라고 생각한다. 요즘 가해자로 지목된 이들이 대체로 합의에 의한 것이라며 발뺌을 하거나 행위 자체를 부인하고 보는 것에서 그 일단을 엿볼 수 있다.

물론 인격장애가 있다고 모두 사회생활 부적격자이고 회피해야 할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스마트폰 혁명을 일으킨 애플 창업자 고 스티브 잡스가 대표적이다. 그는 직원, 심지어 아내와 자녀까지도 모두 시녀나 하녀같이 대한 것으로 유명하다.

잡스는 사후에 출간된 전기에서 진심으로 사랑한 여자가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중 한 명으로 그와 5년간 동거한 티나 레지는 잡스의 청혼을 거절했다. 그녀는 “함께했다가는 살아남을 수 없을 것 같아서 (그랬다)”라고 전했다.

자기애성 인격장애자들은 세상이 자기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본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자신에 대한 끊임없는 찬사다. 누구보다 권력에 대한 욕망도 강하다. 본능적으로 권력의 속성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이 주로 사용하는 단어는 ‘네가 감히’이다. 타인은 모두 그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도구일 뿐이라고 여겨서다. 미투 참여자들은 모두 약자였고, 가해자들은 권력을 쥔 강자였다. 기 교수는 “권력이 있어도 동등한 시민으로서 타인을 인격체로 존중해야 하는데, 우리 사회는 아직도 전근대적 봉건시대의 남성 우월주의 문화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무엇이 필요할까. 다 큰 성인의 인격장애는 완치가 힘들다. 시간도 많이 걸린다. 따라서 어려서부터 좋은 인성을 갖도록 잘 양육할 필요가 있다. 다음 세대가 자기애성 인격장애에 빠지지 않도록 잘 가르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미투 운동의 본질은 성적으로 잘못된 권력 행사와 폭력이다. 여기에 자기애성 인격장애 성향이 겹치면서 문제가 증폭되는 측면이 있다. 아이들에게 남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 성장발달 과정에서 부모로부터 받은 따뜻한 사랑은 세상에 대한 믿음을 쌓아가는 밑거름이 된다. 아울러 주위 사람들과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을 함양해주는 것도 필요하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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