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들이 형님? 기대 마세요” 백종철 컬링감독 ‘동생 리더십’ 기사의 사진
한국 휠체어컬링 대표팀의 백종철 감독(뒷줄 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지난 12일 강원도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패럴림픽 캐나다와의 예선전에서 선수들에게 작전 지시를 하고 있다. 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43세로 나이 가장 어리지만 할 말 다하며 팀 진두지휘
“형·동생이라는 호칭 쓰면 지도자·선수 관계 무너져요”


“‘형님’ 호칭은 기대하지 마세요!”

2018 평창 동계패럴림픽에서 호성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한국 휠체어컬링 대표팀 ‘오벤저스(오성+어벤저스)’에서는 백종철(43) 감독의 나이가 가장 어리다. 오벤저스 선수들은 최연장자 정승원(60)을 포함해 방민자(56) 서순석(47) 차재관(46), 막내 이동하(45)로 구성돼 있다. 흔히 규율과 위계가 엄격한 한국 스포츠 팀에서 최연소자가 선수들에게 지시를 내리는 장면은 흔치 않다. 하지만 백 감독은 선수들에게 존댓말을 쓰면서도 자기 할 말은 다 하는 ‘동생 리더십’으로 팀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오벤저스’는 14일 강원도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린 대회 휠체어컬링 예선 9차전 스웨덴과의 경기에서 4대 2로 승리했다. 당초 목표였던 7승(2패)을 챙긴 대표팀은 1위 중국(7승 1패)에 이어 2위 자리를 유지하게 됐다. 대표팀은 15일 영국과 중국을 차례로 상대한다. 1경기만 이겨도 4강에 오른다.

백 감독은 전력분석 팀의 자료를 토대로 상대를 분석해 선수들에게 매일 아침 브리핑을 하고 있다. 각 상대 포지션의 장단점은 무엇인지, 컨디션 등은 어떤지 등을 중점적으로 알려주고, 상대가 잘하는 전술을 못하도록 전략을 짠다.

백 감독은 장애인 컬링팀에서 지도자 생활을 하면서 고쳐야 할 점 중 하나가 지도자와 선수간의 호칭 문제라고 했다. 그는 “형, 동생이라는 호칭을 쓰면 어느 순간 지도자와 선수의 관계가 무너지더라”고 설명했다. 그래서 오벤저스 팀을 맡은 뒤에는 지도자와 선수가 서로에게 존칭을 쓰는 문화를 만들었다. 서로를 존중하되 할 말은 터놓고 하자는 게 백 감독의 생각이었다.

이는 백 감독이 나이 많은 선수들을 지도하면서 큰 탈 없이 관계를 정립하는 계기가 됐다. 백 감독은 이날 노르웨이와의 예선 8차전에서 2대 9로 패한 뒤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서 말했다. “대회 성적이 좋다 보니 선수들이 들뜬 면이 없지 않다. 아직 우리에게 결정된 것은 아무 것도 없다는 사실을 선수들에게 강조해야겠다”고.

오벤저스 선수들은 이따금씩 백 감독에게 ‘형님’ ‘누님’이라는 말을 듣고 싶다고 말한다. 이에 백 감독은 “절대 그럴 일 없어요. 컬링을 그만 두면 형님이라 부를 건데, 제가 그만 둘 일이 없으니 기대하지 마세요”라고 웃으면서 맞받아친다.

백 감독은 그렇다고 감독의 권위에 기댄 차가운 사람이 아니다. 그는 지난 12일 오벤저스가 독일에 예선 첫 패배를 당했을 때 누구보다 선수들을 걱정했다. 백 감독은 “유독 독일에 약했던 우리 선수들이 기운을 잃을까 봐 걱정이다. 토너먼트에서 다시 만나면 우리가 이길 수 있다. 자신감을 이어갔으면 좋겠다”고 격려했다.

주장(스킵) 서순석은 “감독님이 상대를 분석해서 아침마다 전략을 가르쳐 준다. 그게 100% 통해서 경기가 잘 풀리고 있다”며 백 감독에 대한 강한 믿음을 보였다.

강릉=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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