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두 달 전 “정치 보복”… 이번엔 “말 아껴야 한다고 다짐” 기사의 사진
이명박 전 대통령이 1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현관 앞에서 미리 준비해온 종이를 꺼내 보며 검찰 조사를 받는 심경을 밝히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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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에 한마디…” 질문에 메모 꺼내며 “할 거예요” 여섯 문장 70초 동안 읽어

이명박 전 대통령은 14일 오전 9시14분 서울 논현동 사저를 나섰다. 지난해 3월 21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삼성동 자택 일대에 운집했던 태극기부대는 찾아볼 수 없었다. 이 전 대통령이 탄 검은색 제네시스 EQ900 리무진 승용차는 논현가구거리와 반포자이아파트 앞을 지나 고속터미널 앞에서 좌회전해 서울중앙지검이 있는 서초동으로 향했다. 서울중앙지법을 지나 교대역 사거리에서 우회전한 뒤 서초역을 끼고 오른쪽으로 돌아 검찰청사로 들어섰다. 전체 이동 구간 약 4.7㎞는 통제됐다. 경찰 순찰차와 오토바이가 호위했다. 검찰청 주변에선 “이명박을 구속하라”는 구호와 “문재인정부는 마녀사냥을 중단하라”는 외침이 뒤섞였다.

제네시스 승용차가 서울중앙지검 중앙현관에 멈춰 선 시각은 9시22분이었다. 경호원이 주변을 점검한 뒤 오른쪽 뒷문을 열었다. 이 전 대통령은 검은색 정장에 흰색 와이셔츠, 하늘색 넥타이 차림이었다. 내외신의 카메라가 요란한 셔터소리를 내며 플래시를 터트리자 이 전 대통령이 쓴 뿔테 안경이 번쩍거렸다. 강진구 서울중앙지검 사무국장이 노란색 삼각형 포토라인으로 그를 안내했다. “국민에게 한마디 해 달라”는 기자의 질문에 “할 거예요”라며 재킷 안주머니에서 흰색 종이 한 장을 꺼내 펼쳤다.

이 전 대통령은 “저는 오늘 참담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며 입장문을 읽어 내려갔다. 표정은 흔들림 없이 단호해 보였지만 A4용지를 움켜쥔 양손은 조금씩 떨렸다. 이 전 대통령은 “무엇보다도 민생경제가 어렵고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환경이 매우 엄중할 때 저와 관련된 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서 대단히 죄송합니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어 “또한 저를 믿고 지지해주신 많은 분들과 이와 관련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많은 분들에게도 진심으로 미안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라고 덧붙였다.

이 전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으로서 오늘 하고 싶은 이야기도 많습니다마는 말을 아껴야 한다고 스스로 다짐하고 있습니다. 다만 바라건대 역사에서 이번 일로 마지막이 되었으면 합니다”라고 말했다. 지난 1월 17일 기자회견에 비하면 차분한 어투였다. 당시 이 전 대통령은 “역사뒤집기와 보복정치로 대한민국의 근간이 흔들리는 데 대해 참담함을 느낀다”고 성토했다. ‘보수궤멸’ ‘정치공작’ ‘정치보복’처럼 과격한 용어도 동원했다.

이 전 대통령은 “다시 한번 국민 여러분께 죄송스럽다는 말씀을 드립니다”며 거듭 고개를 숙였다. 여섯 문장을 읽는 데 약 1분10초가 걸렸다. 입장문에는 “이번 일이 모든 정치적 상황을 떠나 공정하게 이루어지기를 기대합니다”라는 내용도 인쇄돼 있었지만 읽지는 않았다.

이 전 대통령은 곧장 중앙현관 앞 계단 다섯 칸을 올랐다. “다스는 누구의 것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대신 뒤따라 계단을 오른 기자에게 “위험해요. 위험해”라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은 현관을 통과해 일반용 은색 승강기를 탔다. 승강기는 1001호 특별조사실이 위치한 10층에 멈췄다.

신훈 손재호 기자 zorba@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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