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하키의 지원군… 썰매 날 갈아주는 ‘손’ 기사의 사진
2018 평창 동계패럴림픽에서 한국 아이스하키 대표팀의 보인 선전 뒤에는 선수들의 장비를 세심히 관리해온 ‘장비매니저’의 역할이 있다. 백민철 장비매니저가 장애인 아이스하키팀의 장비를 샤프닝하고 있다(사진 왼쪽). 최영철 장비매니저가 본인이 직접 담당한 아이스하키 장비를 들고 포즈를 취한 모습(오른쪽). 최영철 백민철 매니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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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 유형 같아도 썰매는 달라, 양발 절단·외발·척수 장애…
선수 신체에 맞는 장비 준비… 부러진 스틱 급히 바꿔주기도


지난 13일 미국과의 일전을 앞두고 강릉 하키센터 라커룸에 들어선 한국 장애인 아이스하키 대표팀은 깜짝 놀랐다. ‘오빠들 금메달 가즈아!’ ‘평창이 너의 무대다!’ 익살과 감동을 담은 표어들이 벽에 붙었고, 정연하게 정돈된 썰매와 유니폼이 선수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장애인 아이스하키 대표팀의 장비를 관리하는 최영철 장비매니저, 백민철 장비매니저가 전날 늦은 밤까지 꾸며둔 것들이었다.

최 매니저는 14일 “선수들이 내가 만든 썰매를 타면서 장애를 잊고 경기할 때면 뭉클하다”고 말했다. 장애인 아이스하키 국가대표 출신인 최 매니저는 선수들의 시각에서 장비를 준비한다. 신체적 특성에 맞게 최적화된 썰매를 준비하는 게 그의 일이다. 양발 절단 선수, 외발 선수, 양발이 있지만 척수 장애인 선수의 썰매는 모두 다르다. 장애 유형이 같더라도 하지(下肢)가 길고 짧은 정도에 따라 세부적인 형태가 또다시 달라진다.

아이스하키 선수 출신인 백 매니저는 ‘샤프닝’을 담당한다. 선수들의 분신과도 같은 썰매의 날을 갈아주는 일이다. 15명의 선수가 선호하는 날의 날카로움 정도가 제각각이지만 모두 머릿속에 입력돼 있다. 그는 “선수들이 가끔 ‘날이 좋아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말할 때 가장 뿌듯하다”고 말했다.

장비매니저들이 심혈을 기울이는 또다른 장비는 스틱이다. 장애인 아이스하키 선수들은 비장애인 아이스하키와 달리 2개의 스틱을 사용한다. 드리블과 슛 이외에 썰매의 추진을 위해 얼음을 지치는 역할까지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장애인 아이스하키 스틱의 한쪽 끝에는 꼬챙이 같은 ‘픽’이 달린다. 이런 스틱 역시 선수들마다 썰매 높이가 다르기 때문에 길이를 달리 준비해야 한다.

경기가 열리는 날에 장비매니저들이 준비하는 스틱은 선수들마다 3∼4쌍에 이른다. 비장애인 아이스하키 못잖은 몸싸움에 자주 부러지기 때문이다. 썰매를 타다 보니 앞쪽의 파이프와 스틱이 부딪히는 경우도 잦다. 양발 절단 선수들의 경우에는 좌우 방향 전환이 더욱 급격한 경향도 스틱의 충돌을 야기한다.

여분이 필요하기는 썰매 칼날도 마찬가지다. 피리어드와 피리어드 사이의 휴식 시간에 칼날을 급히 수선하거나 교체하는 일도 있다. 여기에 유니폼과 글러브까지 모두 챙겨 보면, 선수 1명의 장비 가방은 20㎏ 무게가 된다고 한다.

두 장비매니저는 선수들이 골을 넣으면 마치 자신이 장비를 제대로 관리해준 덕택인 것처럼 기분이 좋다. 하지만 썰매가 주춤하거나 튕기는 모습을 보이면 마음이 조마조마하다. 백 매니저는 “선수들이 잘 달리지 못하면 ‘칼날이 이상하냐’고 조심스레 묻게 된다”고 했다.

장비매니저라는 직책이 장애인 아이스하키 대표팀에 생긴 것은 채 1년이 안 된다. 장애인 아이스하키 국가대표를 지낸 한 인사는 “수년 전까지만 해도 노르웨이와 일본에서 썰매를 얻어 쓰곤 했다”며 “지금은 장비매니저도 생겼고, 미국과 캐나다의 장비와 수준이 비슷해졌다”고 말했다. 선수들은 이제 장비에 투자하던 시간을 아껴 경기력을 높일 수 있다.

한국 장애인 아이스하키 대표팀은 15일 A조 1위 캐나다와 준결승전을 치른다. 이들의 최종 성적 기대치를 묻자 백 매니저는 “조심스럽다”면서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갖는 희망은 금메달”이라고 힘줘 말했다. 최 매니저는 “다치지 않고 목표로 한 메달을 따길 바란다”고 말했다.

강릉=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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