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에 많이 쓰인 단어 ①나 ②너 ④사랑… 2만6천곡 분석 기사의 사진
해외에서 K팝 열풍을 주도하고 있는 그룹 방탄소년단. 한성우 인하대 교수는 저서 ‘노래의 언어’에서 “방탄소년단에 상을 주고 싶다”고 썼다. 경상도와 전라도 사투리가 가미된 이 팀의 노래 ‘팔도강산’ 때문이다. 한 교수는 이렇게 적었다. “모든 지역을 아우르는 말이 우리말이듯이 지역 사투리나 세대 사투리가 들어간 노래도 모두 우리 노래이다. 모두 아끼고 사랑해야 하는.”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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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겨울·여름·가을 노래 順… 가장 많이 나온 단어는 ‘나’
최근 펴낸 ‘노래의 언어’서 노래방 등록곡 등 대상 계량언어학 활용 첫 연구
2년 전엔 ‘음식의 언어’ 출간… 신문 광고 연구도 계획 중


대중가요 노랫말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계절은 무엇일까. 저마다 생각은 다르겠지만 가을이라고 답하는 사람도 적지 않을 것이다. 소슬한 바람이 부는 가을이면 많은 사람들은 객쩍은 감상에 젖어 노래를 찾아듣게 되니까. 하지만 정답은 가을이 아니라 봄이다.

이 같은 결과는 한성우(50) 인하대 한국어문학과 교수가 최근 펴낸 ‘노래의 언어’(어크로스)에 실려 있다. 그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이 각각 들어가 있는 노랫말을 분석했는데 봄이 1572곡으로 가장 많았다고 한다. 겨울과 여름은 각각 1281곡, 1001곡이었다. 그렇다면 가을이 들어간 노래는 몇 곡일까. 겨우 541곡으로 사계절 중 꼴찌였다.

한 교수는 15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가요의 노랫말을 분석했을 때 계절과 관련된 내용이 인상적이었던 부분 중 하나였다”고 말했다. 한 교수 자신도 가을이 가장 많을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그는 책에서 이 같은 내용을 풀어놓은 뒤 이렇게 썼다.

“인생으로 치면 봄과 여름은 젊은 시절인데 가을부터는 ‘꺾어진 시절’이다. 이래저래 서글프면서도 마음이 바빠진다. 가을 노래가 많지 않더라도 이미 공감할 준비가 되어 있으니 자주 듣고 자주 읊조린다. 그러니 기억 속 목록에는 훨씬 더 많은 가을 노래가 있는 것이다.”

여기까지 읽은 독자들은 그 많은 노래들을 어떻게 분석해 저런 결과를 내놨을까 궁금할 것이다. 실제로 한국음악저작권협회 자료를 보면 지난해 12월 1일 기준 협회에 등록된 노래는 60만4029곡에 달한다. 이들 곡에 담긴 노랫말을 전부 분석할 순 없는 노릇이다.

한 교수는 인구에 회자되는 노래 2만6250곡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이들 노래를 선별한 첫 번째 기준은 ‘노래방’이었다. 노래방에 등록된 노래는 가사를 구하는 게 상대적으로 수월했고, 한국인이 애창하는 노래이기도 했다. 한 교수는 여기에 일제강점기에 출시된 노래들을, 1980년에 출간된 ‘한국가요전집’에 수록된 곡들을 추가해 분석에 들어갔다.

그야말로 이것은 무모한 도전이었다. 2만6250곡의 노랫말은 200자 원고지에 옮기면 7만5000장 분량이었다. 그는 이 자료를 토대로 대중가요 가사가 어떻게 변화해왔는지 연구했다. ‘노래의 언어’는 계량언어학을 활용해 가요의 세계를 파고든 최초의 인문서인 셈이다.

그렇다면 가요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는 무엇일까. 정답은 인칭 대명사인 ‘나’와 ‘너’다. 모두가 짐작하다시피 ‘사랑’도 많이 나온다. 한 교수는 이런 결과를 토대로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린다. 한국에서 노래라는 건 “2인칭에 대한 1인칭의 사랑 고백”이라고.

그런데 한 교수는 어쩌다 이런 책을 쓰게 된 것일까. 그는 “한국인의 현실과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언어는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가요를 떠올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2년 전엔 한국인의 음식 언어를 풀어낸 ‘우리 음식의 언어’(어크로스)를 출간해 화제가 되기도 했었다. 다음에 도전할 ‘프로젝트’는 무엇인지 묻자 이런 답변이 돌아왔다. “광고에 등장하는 언어의 세계를 다룰 겁니다. 신문 광고를 분석한 책이 될 거 같아요.”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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