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서윤경] 니고시에이터 기사의 사진
타임지 지난해 5월호 아시아판 표지 모델은 문재인 대통령이었다. 굳게 다문 입술의 클로즈업된 얼굴에 타임지가 붙인 타이틀은 ‘The Negotiator’(협상가)였다. 문 대통령이 최근 북한과의 화해 무드 조성을 두고 타임지가 ‘미래를 예측했다’는 칭찬이 이어졌다.

그런데 지금 세계는 전쟁을 앞두고 있다.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이 차례로 열리는 상황에서 느닷없는 전쟁 타령일까. 여기서 말하는 전쟁이란 통상전쟁이다. 공교롭게도 싸움을 건 쪽은 ‘세계 경찰’을 자임한 미국이다. 자국 이익을 우선하겠다며 약속은 상대방 얘기도 듣지 않고 손바닥 뒤집듯 바꾸려 하고 손해를 끼치는 산업에 관세 폭탄을 투여하고 있다. 오는 23일은 전쟁의 신호탄이 될 것이다. 이날은 국가 안보를 이유로 철강과 알루미늄에 고관세를 부여한다.

늘 그렇듯 전장은 전쟁을 끝내기 위한 협상 테이블이다. 워싱턴도 대형 협상 테이블이 됐다. 각국 정부와 기업 관계자들은 미국 정부 관계자들을 만나 자국을 관세 대상에서 빼기 위한 설득 작업에 들어갔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을 두고 세종에선 “워싱턴으로 출근한다”고 말한다. 유명희 통상교섭실장은 중학생 딸의 투정조차 들을 여유 없이 하루가 멀다 하고 미국행 짐을 싼다. 한국에 남은 통상 실무자들도 24시간 대기상태다.

통상 전쟁을 치르는 협상가들을 대신해 위대한 사상가 칸트의 입을 빌려 미국에 메시지를 전해 본다. 칸트는 1784년 ‘세계시민적 관점에서 본 보편사의 이념’에서 국가들 사이의 전쟁을 종식시키고 세계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국제연맹’이 필요함을 주장했다. 이 구상은 1920년 국제연맹, 2차 세계대전이 끝날 무렵인 45년엔 유엔으로 현실화됐다. 국가 간 전쟁을 막기 위한 국제 공동체가 필요하다는 것을 150여년 전에 얘기한 것이다. “전쟁과 같은 야만 상태는 인류가 자신들의 자연적 소질을 계발하는 것을 억제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인류는 그런 야만 상태를 벗어나기 위해 문명을 건설하고 법이 지배하는 시민사회와 국제연맹을 건설한다. 따라서 인류의 역사는 대립과 갈등 때문에 정체되고 퇴보하지만 결국에는 이를 극복하고 진보한다.”

슬프게도 야만적 전쟁을 건 미국은 지금 통상 전쟁을 종식시키기 위해 유엔의 역할을 하고 있는 세계무역기구(WTO)를 부정하고 있다. 그런 미국에 전하는 칸트의 경고는 간단하다. 대립과 갈등을 극복하지 못하면 퇴보한다는 것.

서윤경 차장

그래픽=전진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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