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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 확산에도 ‘진원지’ 법조·의료계는 잠잠… 폭로 62건 분석

미투 운동 두 달 돌아보니

미투 확산에도 ‘진원지’ 법조·의료계는 잠잠… 폭로 62건 분석 기사의 사진
…서지현 검사가 지난 1월 26일 검찰 내부통신망에 글을 올리며 본격화된 ‘미투(#MeToo)’ 운동이 26일로 두 달을 맞았다. 미투 운동은 문화예술계와 교육계로 퍼지며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지만 공무원조직 법조계 의료계 등 위계질서가 강한 조직에선 잠잠하다. 2차 가해와 조직 내 보복 등에 대한 두려움이 미투를 주저하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국민일보가 최근 두 달간 언론을 통해 폭로된 62건의 미투 관련 사건을 살펴본 결과 대학 교수와 중·고교 교사가 가해자로 지목된 것이 24건으로 가장 많았다. 문화예술계가 19건으로 뒤를 이었다. 미투 운동의 발원지인 법조계에서는 5건, 의료계에서는 3건 정도의 폭로만 주목을 받았다.

미투 운동이 가장 폭발적으로 나타나는 공간은 대학가 등 교육계였다. 젠더 감수성이 민감한 젊은 층이 자신들에게 익숙한 SNS 등을 폭로의 통로로 활용한 것이 큰 영향을 끼쳤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실제 대학가에서는 미투 고발 채널과 성폭력 대응책 마련을 위한 움직임이 활발했다. 동국대 총여학생회는 지난 1일 미투 운동만을 위한 대나무숲 페이지를 만들었고, 이화여대 학생신문인 이대학보는 지난달 20일부터 여성 대학생으로서 겪은 차별의 경험을 담은 수기를 모집해 익명으로 보도했다. 연세대 총여학생회는 ‘성폭력 사건 대응 매뉴얼’을 만들어 학생들에게 배포했으며 성균관대 총학생회는 ‘바람직한 새내기 새로 배움터(새터)를 위한 성균인 선언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시기적으로 대학의 개강과 맞물려 연쇄적인 폭로가 이어지고 있다는 해석도 있다.

문화예술계, 특히 연극 분야에서는 구조적 문제 탓에 많은 성폭력 피해가 발생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예술계 교수들이 같은 업계 선배인 경우가 많은데 그들 중 왜곡된 성문화를 젊은 학생들에게 강요하는 경우가 상당수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달 22일과 28일 보도된 오태석 서울예대 초빙교수와 최용민 명지전문대 교수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구 교수는 “단 문화예술계는 법조계나 병원, 기업처럼 단일하게 운영되는 조직과는 다르게 자유롭고 폭로 시 치러야 할 비용도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미투 운동이 활발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법조계의 미투 운동은 의욕적으로 시작됐지만 부장검사가 1명 구속된 것 말고는 큰 사건이 없었다. 서 검사 수사도 지지부진하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사무차장 김준우 변호사는 “검찰이나 법원처럼 조직의 힘과 결속력이 상대적으로 강한 경우 피해자들은 목소리를 내기 힘들다”며 “견고한 조직 문화가 개인의 목소리를 억누르고 잠재우는 측면이 분명히 있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서 검사 사건을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법조계의 미투 운동 지속 여부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법조인들은 법적인 논리로 접근해 판가름한 결과를 보고 판단하려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도제식 교육 등으로 조직 문화가 강한 의료계 미투 운동 역시 소극적이다.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교실 소속 교수 12명이 지난 8일 동료 A교수가 간호사 등에게 상습 성폭력을 가했다고 폭로한 것 등 외에는 눈에 띄는 소식이 많지 않다. 윤상철 한신대 사회학과 교수는 “의료계에서는 전문의 자격 취득 가능 여부 등의 이해관계를 상급자가 틀어쥐고 있기 때문에 피해를 감수하면서까지 폭로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투 운동이 다양한 영역으로 확산되기 위해서는 미투를 가로막고 있는 권위주의적이고 집단주의적인 구조부터 개혁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법무법인 이공의 양홍석 변호사는 “‘성폭력 피해를 알리면 손해를 본다’는 인식이 여전히 뿌리박혀 있다”며 “분야를 막론하고 피해자가 2차 피해를 받지 않으면서 가해자에게 효과적으로 불이익을 줄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사야 김지애 방극렬 기자 Isaiah@kmib.co.kr

삽화=전진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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