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배병우] ‘정말 위험한’ 존 볼턴 기사의 사진
한 인물의 공직 임명에 전 세계 주요 매체들이 이렇게 하나같이 우려와 경악의 목소리를 내는 일은 드물 것이다. 주인공은 지난주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임명된 존 볼턴(70) 전 유엔 주재 미국대사. 24일자 뉴욕타임스(NYT) 사설 제목은 ‘그래, 볼턴은 정말 그렇게 위험해’였다. NYT는 “볼턴은 국제법이나 조약, 과거 미 행정부의 국제적 공약에 상관없이 미국이 원하는 것은 뭐든지 할 수 있다고 믿는다”면서 “그만큼 미국을 전쟁으로 이끌 가능성이 큰 사람은 거의 없다”고 평가했다. 워싱턴포스트(WP)도 같은 날 사설을 통해 “북한과 이란에 대한 예방전쟁을 주장하는 등 그의 극단주의 정책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을 재앙으로 이끌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예일대 로스쿨 출신인 볼턴은 조지 W 부시 정부에서 국무부 군축 담당 차관과 유엔 주재 미 대사를 지냈다. 부시 행정부를 접수했던 네오콘(신보수주의자)의 핵심으로 딕 체니 부통령과 함께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이 핵 등 대량살상무기(WMD)를 갖고 있다며 미국의 이라크 침략을 주도했다. 이라크의 WMD 보유는 후일 거짓으로 밝혀졌다. 당시 군축담당 차관이었던 볼턴은 정보 조작에 깊이 관여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그는 북핵 문제에도 큰 영향력을 행사했다. 북한이 핵 활동을 중단하는 대가로 경수로 발전소를 지어주겠다는 1994년 ‘북·미 제네바 기본합의’가 2002년 부시 대통령 집권 후 파기됐다. NYT는 “제네바 합의 파기를 위해 볼턴만큼 열심히 한 사람이 없었다”면서 북한이 20여 기의 핵무기를 보유하게 된 현재 위기는 여기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한다.

볼턴의 미 국가안보실 입성은 어렵게 열린 ‘남·북·미 대화’와 북핵의 평화적 해결에 나쁜 신호다. 전임 허버트 맥매스터 안보보좌관이 외교를 협상 테이블에서 치우지 않았고 현역 장성으로서 전쟁의 막대한 대가를 잘 아는 반면 볼턴은 북한과의 ‘대화 불용론’에 고착된 채 군사적 충돌을 가볍게 여기는 언행을 해 왔다. 그가 이라크, 이란 문제 등을 다룰 때 보여주는 ‘최악의 시나리오’ 상정, 전쟁의 정당성 확보를 위한 정보 악용, 미 군사력 숭배 등은 최근 북한 관련 발언에서도 그대로 반복된다. “만약 트럼프와 김정은 회담이 실패할 경우 볼턴은 즉각 이를 북한을 공격할 근거로 사용할 것”이라는 로버트 켈리 부산대 정치학과 교수의 말이 예사롭지 않게 들린다.

배병우 논설위원

삽화=이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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