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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학기제 취지 무색… 고소득층 사교육만 늘려”

KDI, 보고서 발간

“자유학기제 취지 무색… 고소득층 사교육만 늘려” 기사의 사진
月 소득 600만원 이상 가구 사교육 참여율 15%P 늘고 年 지출액은 179만원 증가
“교과수업의 질적 향상과 저소득 가구 학생들에게 충분한 학습기회 보장해야”


중학교 자유학기제가 오히려 사교육을 조장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창의력을 키우기 위해 한 학기만이라도 성적 부담에서 해방시킨다는 본래 취지와 달리 학생들을 선행학습의 늪으로 밀어 넣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이 기간 고소득가구가 사교육비를 늘린 것으로 나타나 교육 양극화 심화 우려마저 제기되는 상황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 박윤수 연구위원은 27일 ‘자유학기제가 사교육 투자에 미친 영향’ 보고서를 발간했다. 자유학기제는 중학교 한 학기 동안 시험을 보지 않고, 교과수업 대신 체험활동의 비중을 늘리는 제도다. 학생들은 오전에는 주 22시간의 교과수업을 듣고, 오후에는 주 12시간 진로탐색과 예술·체육, 동아리 활동 등 자유학기 활동에 참여하게 된다. 성적 부담에서 벗어나 진로를 탐색하고, 창의성과 사회성 등을 함양케 한다는 목표로 2013∼2015년 시범운영을 거쳐 2016년부터 전면 시행 중이다.

그러나 박 연구위원이 2009∼2016년 ‘사교육비 조사’에서 수집된 중학생 17만8213명의 정보를 분석한 결과 자유학기제 도입 이후 고소득가구(월 소득 600만원 이상)의 경우 사교육비 지출을 늘린 것으로 조사됐다. 고소득가구의 사교육 참여율은 15.2% 포인트 늘었고, 연간 사교육 지출액은 179만원 증가했다. 이는 2009∼2016년 고소득가구의 평균 사교육 참여율인 80.6%와 연간 지출액 490만원의 각각 19%, 37%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내신관리 부담이 줄어든 만큼 진학과 선행학습 목적의 사교육을 늘렸다는 얘기다.

월 소득 600만원 미만 가구인 중학생의 경우 사교육 참여율이 2.7% 포인트 감소하고 연간 사교육비 지출액이 25만원 감소하는 효과가 있었으나 이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수준은 아니라고 박 연구위원은 평가했다.

박 연구위원은 “소득이 높을수록 진학과 선행학습 목적의 사교육 수요가 많고 사교육 접근성도 높다”며 “이는 자유학기제가 주로 고소득가구의 사교육 투자를 증가시킬 수 있다는 가능성을 뒷받침한다”고 말했다. 자유학기제가 사교육을 통한 교육 불평등을 오히려 심화시키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말이다.

보고서는 이런 부작용을 완화할 정부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 연구위원은 “좋은 의도로 추진된 정책이라도 공교육 서비스의 감소를 동반하면 그 피해는 사교육 접근성이 낮은 학생들에게 집중된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일본의 경우 2002년 주5일 수업제가 실시되면서 수업일수가 감소하자 소득분위별 학업성취도 격차가 확대됐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때문에 보고서는 교과수업의 양적 감소를 질적 향상으로 보완해 학부모들의 불안심리를 예방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또 사교육 접근성이 낮은 저소득가구 학생들에게 충분한 학습기회를 보장하는 조치 등을 함께 추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세종=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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