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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풍향계-정인교] 신통상냉전체제 대응전략 짜야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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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들어 미·중 관계가 심상찮다. 지난 미 대선에서 대중국 강경 통상정책 공약이 있었고, 백악관 등 요직에 반중국 성향 인사를 두루 기용했기에 중국 때리기가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최근의 융단폭격식 조치들과 반중국연대 등을 보면 미·중 간 ‘신통상냉전체제’가 형성되고 있다.

금년 들어 미국이 발동한 세탁기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무역확대법 232조에 의한 철강 관세는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것이고, 최근 발표한 600억 달러 중국산 상품에 대한 관세 부과는 중국이 취약한 지식재산권(지재권) 보호 미흡을 문제 삼았다.

전 세계를 대상으로 적용하는 세탁기, 철강과 달리 통상법 301조에 근거한 지재권 위반은 중국과의 통상마찰을 불사하겠다는 의지로 볼 수 있다. 또한 기술 라이선스 불공정 관행을 문제 삼아 중국을 WTO에 제소했고, 중국으로의 첨단기술 유출을 우려하는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의 권고를 명분 삼아 미국 IT기업 인수를 금지시켰다.

중국의 반응도 예사롭지 않다. 고위 외교통상당국자들이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를 ‘이에는 이’로 대응하겠다고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고, 30억 달러 관세 보복 조치, 미국 채권과 국채 매도 카드를 빼들었다. 여차하면 항공기 구매 중단, 위안화 평가절하 등 추가 조치를 시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시진핑 주석의 중국몽은 경제, 산업, 군사 등 다방면에서 중국이 미국과 맞서는 수준으로 발전한다는 구상이므로 앞으로 미·중 마찰은 많은 분야에서 상시화 할 것이다. 중국 내수시장과 국영기업의 자금력을 바탕으로 제조업 선진화 정책인 ‘중국 제조업 2025’를 추진하고 있고, 미국은 중국 제조업 발전을 막는 전략을 추진 중이다. 무역확장법 232조와 CFIUS 모두 안보를 내걸고 있지만, 제조업 발전에 필수적인 수출시장 접근 제한을 위해 보호무역조치를 사용하고, 기술도입 차단을 위해 CFIUS 투자제한 조치를 적용하고 있다.

미·중 양국 모두 피해가 엄청날 것임을 알고 있어 전면적인 무역전쟁을 벌이지는 않더라도 국지전이나 소모전은 지속될 것이다. 최근 보도된 반도체와 같이 미·중 간 협력이 우리 수출을 위축시킬 수 있다. 미국은 중국에 한국산 반도체 대신 미국산으로 대체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미·중 간 통상 마찰로 우리나라와 대만이 최대 피해 국가가 될 것임은 명확하다. 총 수출 중 중국 의존도가 가장 높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 기업들은 미·중 간 통상 갈등 지속을 뉴노멀로 인식하고 비즈니스 전략을 짜야 한다. 중국 의존도를 줄이고, 제3국 진출 및 수출시장을 다변화해야 한다.

정부 차원의 통상외교와 더불어 민간 차원의 통상네트워크를 구축해 주요 교역국과의 통상아웃리치 활동을 전개해야 한다. 돈만 벌어가는 인상에서 벗어나 일자리 창출 등 현지 경제에 대한 기여도를 높여야 하고, 수입국 통상 이슈 정보를 수집하고 통상정책당국과 공유하며 민관공동대응 체제를 확립해야 한다.

정부의 통상정책 역량을 조기에 확충하고 보호무역주의에 대응하면서 공세적 통상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철강 관세 협상에서 보듯이, 통상협상 결과가 기업 활동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게 되므로 이해단체와의 정보 공유와 업계 의견수렴을 보다 체계화해야 할 것이다.

한·미 철강 관세 및 FTA 개정 협상이 사실상 타결된 것으로 발표됐으나, 쿼터 등 우리 기업에 불리한 내용이 더러 포함돼 있다. 쿼터를 합의해 주면서 적용 기한을 설정하지 않은 것은 치명적 결함이 될 수 있다. 또한 제2, 3의 철강 관세를 더 이상 적용하지 않도록 하는 안전장치가 마련돼야 하며, 세이프가드와 반덤핑 등 무역구제 조사 절차 규정을 미국이 지키도록 다짐을 받아야 한다.

최종 합의에서 이러한 문제들을 시정해야 한다. 한·중 FTA 서비스투자 후속 협상을 내실 있게 운영, 우리 기업의 중국 내수시장 진출 기회를 마련해야 한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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