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라동철] 낙서 폭력 기사의 사진
27일 한 조간신문을 들추다 나도 모르게 혀를 끌끌 찼다. 부산 해운대구 부산시립미술관 야외에 전시돼 있는 이우환 작가의 조형물 작품이 낙서로 훼손된 모습을 담은 사진때문이었다. 작품의 적갈색 철판에는 아이돌들의 이름과 하트 모양이 어지럽게 새겨져 있고 흙발자국이 찍혀 있다. 이우환은 한국 작가 중 국제적으로 가장 큰 명성을 얻은 현대미술의 거장이다. 훼손된 작품은 2015년 전시될 당시 가격이 7억원을 넘었다. 그런 작품에 낙서를 한 무식함과 무모함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작가에 대한 모독이고 중대한 재물손괴이며 다른 관람객들에게 불쾌감을 주는 폭력이다.

한국인의 왜곡된 낙서문화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건축물이나 조형물에서 낙서를 발견하는 건 예삿일이다. 심지어 국보·보물·사적 등 문화재나 식물원의 대나무 선인장에서도 발견되곤 한다. 대다수가 자신이나 연인의 이름과 하트 표시, ‘○○ 다녀감’ ‘○○야, 사랑해’ 등 유치하기 짝이 없는 내용들이다. 손이 닿지 않을 것 같은 곳에까지 흔적을 남긴 신공에는 “대단하다, 대단해”라는 비아냥이 절로 나온다.

우리나라 사람들만 그런 건 아니지만 낙서 버릇은 해외에 나가서도 멈추지 않는다. 지난해 8월 일본 나라현의 한 사찰 법당 난간에서 한글 낙서가 발견돼 국제적 망신살이 뻗쳤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사찰이고 법당은 국보여서 한국인에 대한 비난이 들끓었다. 태국의 국립공원 바다 속 산호초에서도 한글 낙서가 발견된 적이 있으니 우리의 왜곡된 낙서문화는 더 말해 무엇하랴.

사적(史蹟)으로 지정된 성벽에 낙서한 40대 남성이 지난해 실형을 선고받은 사례가 있지만 낙서에 관대한 문화가 낙서 범람으로 이어진 것은 아닌지 되돌아 봐야 한다. 100명 정도를 시범케이스 삼아 끝까지 추적해 따끔한 맛을 보여주는 건 어떨까. 강력하게 처벌하고 복구 및 범인 추적 비용까지 합쳐 거액의 손해배상을 물리는 일이 반복된다면 왜곡된 낙서문화가 바뀌려나.

라동철 논설위원

삽화=이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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