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준동] 아이들보다 못한 어른들 기사의 사진
“요즘 아이들을 통해 배우는 것이 많아. 어떨 때는 우리 애들이 존경스럽기까지 할 정도니.” 초등학교 교사인 아내가 하루는 다짜고짜 이런 말을 되뇌었다. 무슨 소리냐고 물으니 반 학생들 얘기를 꺼냈다. 사연은 이렇다. 현재 맡고 있는 5학년 반에 학생 19명이 있는데 그중 한 명이 선천성 자폐아라는 것이다. 장애·비장애 학생이 한 교실에서 공부하는 통합학급에서 아이들은 자폐 친구를 정성으로 보살펴 준다고 한다. 수업 시간에 모르는 것이 있으면 도와주고 쉬는 시간에는 어울려 즐겁게 뛰어논다. 하교할 때는 같은 방향의 친구 2명이 함께하는데 이들은 자폐 친구가 집에 들어가는 모습을 꼭 확인한 뒤에야 자신들의 집으로 향한다고 한다. 이보다 더 아름다운 동행이 있을까 싶다.

순간 지난해 5월 영국 BBC의 보도가 오버랩됐다. 당시 영국 버밍엄의 한 초등학교에 다니는 일곱 살 소녀가 왼쪽 다리를 잃어 의족을 한 채 등교하는 영상이 소개된 적이 있다. 영상 속에는 일반 또래 친구들이 소녀의 의족을 껴안고 서슴없이 놀고 공부하는 훈훈한 장면이 담겨 있었다. 이 스토리는 수만 건의 조회 수를 올리며 전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우리나라에서는 2008년부터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이 시행되고 있다. 이 법은 모든 학생들이 균등한 교육 기회를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로 장애 학생이 비장애 학생과 같은 교육을 받을 권리를 보장해 준다. 그 결과 지난해 통합학급에서 교육을 받는 특수교육 대상 학생 수는 2007년에 비해 2배 정도 늘었다. 하지만 그 숫자는 미미하다. 최근 특수학교를 둘러싼 충돌에서 보듯 장애 학생에 대한 편견의 벽은 여전히 높고 단단하다. 장애인 학부모가 무릎을 꿇어야 하는 게 우리의 서글픈 현실이다. 자폐 친구를 보듬고 의족 친구를 배려하는 아이들 보기에 부끄러운 어른들의 자화상이다. 편견을 이길 수 있는 사회, 그 해답을 어른이 아니라 아이들이 제시하고 있다.

김준동 논설위원

그래픽=이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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