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만사-지호일] 내부 도전 앞에서 선 검찰 기사의 사진
얼마 전 일부 검사들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괴상한 글이 나돌았다. ‘돌쇠전’이란 제목이 달린 글이었는데 특정 검찰 간부들을 조롱하고 희화하는 내용으로 가득했다. 직접적으로는 공군비행장 소음피해 배상금을 가로챈 중견 변호사 관련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고검 감찰부를 겨냥한 것이었다. ‘시정잡배’ ‘포졸 출신의 개’ ‘인간 백정’ 등으로 등장인물들을 힐난하고 수사의 의도를 의심했다.

서울고검이 수사정보 유출 등 혐의로 최모 검사 등 현직 검사 2명을 체포하고 구속영장까지 청구한 데 대한 내부의 불만 표시였다. 검찰 문제 공론화에 열심인 임은정 서울북부지검 검사는 최 검사의 영장실질심사를 맡은 판사에게 구속영장이 기각돼야 하는 이유를 담은 탄원서를 냈다. “그간 특수수사에서 보여 왔던, 수사 출발 시점에서 구상하거나 상정한 큰 그림에 사실관계를 끼워 맞추려는….”

검사가 지휘부와 수사를 깎아내리는 글을 써 돌리고, 상급 검찰청의 구속영장이 부당하다고 법원에 설파하는 상황. 상명하복 조직의 검찰에서 지금껏 볼 수 없었던 일들이다.

전례 없던 사례는 더 있다. 의정부지검 안미현 검사는 TV에 나와 춘천지검 근무 당시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에 외압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검찰 고위층 수사도 요청했다. 춘천지검이 의혹을 부인하자 즉각 “반성은커녕 늘 하던 방식대로 거짓 변명으로 사안을 덮으려고 한다”고 비판하는 보도자료를 냈다. 대구지검 서부지청 진혜원 검사는 자신이 법원에 낸 압수수색영장을 부당하게 회수했다며 직속상관이던 제주지검장 감찰을 요구했다. 최근에는 검찰 내부 통신망에 ‘검찰 문 닫아라’는 공격적인 주제어의 글을 올렸다.

공개된 장으로 뛰쳐나온 검사들의 검찰을 향한 릴레이 궐기. 이쯤 되면 돌발 상황이 아닌 하나의 시대현상으로 봐야 할 것 같다. 검찰 내 앙시앵 레짐(구질서)이 붕괴되고 있는 것이다. 구질서에 눌려왔던 불만, 의사소통할 내부 창구를 찾지 못한 데 대한 반작용이 표출되는 상황이랄까. 이 흐름에 합류한 검사들에게 기존의 검찰 조직과 지휘부는 개혁의 대상이자 넘어야 할 구태일 터다.

검사들의 외부 폭로 행태를 탓하려는 게 아니다. 국가 사정기관의 기강 해이를 문제삼으려는 것은 더욱 아니다. 창설 때부터 검찰을 지배하던 검사동일체 원칙이 실질적으로 사라지고 있는 현실을 보고 있다는 얘기다.

검찰에 오래 몸담은 검사들은 “조직 꼴이 말이 아니다”고 혀를 차지만, 그렇다고 구질서가 향수의 대상은 되지 못한다. 회귀할 수도 없다. 검찰이 서 있는 토양부터 달라졌다. 서울대를 나와 사법시험을 패스한 남성으로 채워졌던 인적 구성은 이제 여성, 여러 대학 졸업자, 로스쿨 출신 검사 등으로 다채로워져가고 있다. 상부의 지침에 따라 조직 전체가 한 몸처럼 움직이길 바라는 것 자체가 어려운 환경이다. 대신 탈권위, 탈조직, 개별주의, 다양성, 자율성 등이 검찰로 유입되는 중이다.

어쩌면 조직이 검사들을 지배하던 상황에서 벗어나 검사 개개인의 권익이 조직의 위에 서는 상황을 우려해야 할지도 모른다. 이는 검찰에 더 심각한 도전이 될 수 있다. 검·경 수사권 조정 등 외부로부터의 개혁 압박에는 익숙해졌지만 내부의 변화나 반기는 낯선 문제인데다 다른 대응 방식을 요구한다.

지금의 현상이 검찰을 시대에 맞는 체질로 개선해 가는 과정이라 믿고 싶다. 검사는 ‘공익의 대표자’(검찰청법 4조 규정)라는 책무가 있으며, 검찰권 행사가 개인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은 지대하다. 검사가 검찰권을 자의적이고 독선적으로 행사하는 건 무엇보다 위험하다. 검사동일체 원칙이란 것도 애초 검사 업무의 공정성과 통일성을 유지한다는 목적에서 도입됐다. ‘포스트 동일체’ 시대에 대한 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지호일 사회부 차장 blue5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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