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계적 비핵화·체제보장 작업 병행 ‘패키지 딜’ 추진 기사의 사진
북·미 관계 정상화 → 비핵화 단계별 연동 방안 검토
비핵화 위한 단계별 협상 이미 수차례 폐기 경험
평화협정 후 비핵화 협상 등 여러가지 시나리오 고민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북·미 간 입장차가 확인되면서 청와대가 중재안 마련을 고심하고 있다. 미국은 핵 포기 선언 후 관계 정상화로 가는 리비아식 일괄타결을, 북한은 단계적인 ‘행동 대 행동’ 원칙을 강조하고 있다. 청와대는 남·북·미 정상이 되돌릴 수 없는 수준의 원칙적 합의를 이룬 뒤 단계적 비핵화·체제보장 작업을 병행하는 ‘패키지 딜’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지난 26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비핵화의 전제 조건으로 ‘단계적·동시적 조치’를 언급했다. ‘행동 대 행동’ 원칙에 따라 북한의 비핵화 프로세스와 한·미의 체제보장·경제적 지원을 동등하게 진행하자는 뜻으로 해석된다. 특히 김 위원장이 남북 정상회담 전 북·중 정상회담을 가진 것은 한·미의 전략에 무조건 끌려가진 않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이다.

반면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북한이 리비아처럼 핵 포기를 하지 않겠다면 시간 벌기용 위장일 뿐”이라고 밝혔다. 북한이 먼저 핵 포기를 선언하고 백기를 들지 않으면 비핵화 협상에 응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청와대는 우선 김 위원장과 볼턴 내정자의 발언이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상대에게 협상 카드를 던진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포석이라는 것이다.

청와대는 북·미 관계 정상화와 북한 비핵화를 단계별로 연동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북·미 연락사무소 설치와 수교 등 정상화 조치들과 핵 폐기 조치들을 일대일로 연동하는 방식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29일 “북한의 체제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단계와 비핵화 단계를 상호 교환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며 “김 위원장이 동시적 단계를 언급한 것도 이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비핵화를 위한 단계별 협상은 과거 수차례 실패했다. 이번엔 체제보장·비핵화에 대한 정상 간 합의를 먼저 이끌어낸 뒤 후속 협상을 시작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이 관계자는 “과거보다 훨씬 더 높은 상위에서 합의를 이끌어낸 뒤 (체제보장과 비핵화를) 빠르게 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되돌릴 수 없는 정상 간 합의, 이에 따른 압축적 비핵화 과정을 밟겠다는 뜻이다.

비핵화 협상에 앞서 평화협정을 맺는 방안도 거론된다. 남북 정상회담 자문단장인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이 과거 내세웠던 남·북·미·중 4자 평화회담이 대표적이다. 평화체제에 합의하면 북핵 문제도 부수적으로 논의할 수 있다는 취지다. 정부 관계자는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가지고 남북 정상회담에서 폭넓게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도 지난해 6월 한·미 정상회담 직후 “트럼프 대통령과 단계적·포괄적 접근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어 북한의 ‘핵 동결→핵 폐기’ 2단계 프로세스를 제안했다. 따라서 남·북·미 간 포괄적 합의 후 체제보장·비핵화의 단계별 조치를 병행하는 방안이 우선 타진될 전망이다. 하지만 우리 정부의 제안을 북·미 양측이 수용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청와대가 중재 과정에서 북·미의 입장을 제대로 조율하는 게 핵심 과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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