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천지우] 나치 올림픽, 푸틴 월드컵 기사의 사진
1938년 제작된 ‘올림피아’라는 다큐멘터리가 있다. 유튜브로 쉽게 찾아 공짜로 볼 수 있다. 전설적인 여성 감독 레니 리펜슈탈(1902∼2003)이 만든 1936년 베를린올림픽 기록영화다. 여러모로 흥미롭고 놀라운 작품이다. 젊은(당시 47세) 아돌프 히틀러가 개막을 선언하고 많은 관중이 나치식 경례를 하는 모습이 섬뜩하다. 군복 입은 사격 선수들이 사람 모양의 표적을 쏘는 장면도 충격적이다. 일본은 마라토너 손기정을 비롯해 많은 종목에 선수를 출전시켜 두각을 나타냈다. 당시 한국을 강점했던 일본의 국력이 상당했음을 알 수 있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영화의 세련된 만듦새다. 빛과 음영을 활용하는 흑백영화 특유의 아름다움을 잘 살렸고, 다양한 앵글과 카메라워크로 신체의 역동적인 움직임을 포착했다. 이후에 나온 모든 스포츠 다큐의 전범(典範)이라 할 만하다.

히틀러는 베를린올림픽을 전 세계에 나치 독일을 선전하는 ‘쇼케이스’로 톡톡히 활용했다. 막대한 비용을 들여 당시 가장 큰 스타디움을 지었고, 그리스 올림피아로부터의 성화 봉송을 처음 시작했으며, 사상 첫 올림픽 기록영화도 만들었다. 대회 우승 역시 독일이 차지했다. 효과 만점의 초대형 나치 홍보 이벤트였다.

최근 영국 의회에서 한 야당 의원이 “히틀러가 올림픽을 이미지 개선에 이용한 것처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오는 6∼7월 열리는 러시아월드컵을 자국 이미지 개선에 활용할 것”이라고 지적하자 보리스 존슨 영국 외무장관이 “정확한 비유”라고 맞장구쳤다. 러시아 소행으로 추정되는 이중스파이 독살기도 사건으로 러·영 갈등이 깊어진 와중에 나온 발언이다.

히틀러와 비견된 것이 푸틴에게는 억울할 수도 있겠으나 그는 이미 전력이 있다.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이다. 푸틴은 소치올림픽을 통해 전 세계에 ‘강력한 러시아’를 알리고 싶었다. 이 기대에 부응해 러시아는 금메달 13개로 종합 1위에 올랐다.

그러나 조직적인 도핑, 즉 국가 주도의 부정행위로 이런 성적을 냈다는 사실이 나중에 드러났다. 또 러시아는 소치올림픽 직후 병력을 투입해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장악했다. 요즘 영국 등 서방세계가 외교관 추방으로 러시아를 혼내는 것은 스파이 독살시도 1건 때문이 아니다. 그동안 러시아의 만행이 쌓이고 쌓여 반감도 함께 누적되다 이번에 분출한 것이다. 얼마 남지 않은 러시아월드컵이 제대로 열릴지, 이후에 무슨 일이 생길지 걱정된다.

천지우 차장

그래픽=전진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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