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에서-민태원] 최대집과 문재인케어의 앞날 기사의 사진
정부와 의사단체 사이에 전운이 감돈다. 현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강화정책인 이른바 ‘문재인케어’ 추진을 막기 위해 강경 노선을 견지해 온 최대집씨가 최근 대한의사협회 새 수장에 당선됐다. 예상대로 당선증을 받아들자마자 정부에 선전포고를 했다.

당장 보건복지부가 이달부터 시행키로 한 상복부 초음파검사의 건강보험 적용 고시 철회 등 5개 사항을 요구했다. 그중 단 하나라도 수용되지 않으면 대화는 불가하고 집단휴진, 시위 등 집단행동에 나서겠다고 예고했다. 문재인케어 포기라는 무조건적 항복을 받아내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의료계 안팎에선 따스한 봄날이 아니라 잔인한 4월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최씨의 당선 직후 인터넷과 SNS에는 그가 등장하는 영상이 화제가 됐다. 지난해 9월 의협 대의원총회에서 단상에 머리를 마구 들이받는 자해 장면이었다. 문재인케어 저지에 미온적이었던 현 의협 집행부에 대한 불신임안이 부결된 데 대한 항의의 표시였다. 최 당선인의 강성 이미지를 새삼 각인시켰다.

최 당선인은 의협 회장 선거기간 내내 ‘의료를 멈춰서라도 의료를 살리겠다’ ‘감옥에 갈 준비까지 돼 있다’ 같은 드센 구호를 쏟아냈다. 그의 극우적 정치 성향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반대를 외치는 보수단체 활동 경력도 도마에 올랐다.

의료계 내에서조차 최씨의 당선을 예상하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일각에선 그를 ‘의료계 트럼프’로 부른다. 워싱턴 주류 정치계로부터 ‘아웃사이더’로 취급받던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뽑힌 것을 빗댄 말이다.

일부 의사는 “부끄럽다”는 표현을 썼다. 그의 사회활동 이력이 의료계 전체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걱정도 나온다. 의료계의 순수한 활동마저 일종의 정치 활동으로 의심받고 자칫 의사 전체가 극단적 우익세력으로 비춰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의협은 적정한 의료 수가(진료 대가) 보장 없이 건강보험 혜택 항목을 늘리는 건 의료계 생존을 위협한다고 말한다. 문재인케어가 저질 의료를 강요하는 싸구려케어가 되고 건강보장성 확대가 아니라 결국 보장성 제한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문재인케어는 대통령 공약사항이고 국민과의 약속이다. 의협을 제외한 치과의사협회나 한의사협회 등 다른 의료 직능단체는 문재인케어에 우호적이고 지지를 보내고 있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 의료계 요구사항인 적정 수가 인상을 약속하며 협조를 요청한 만큼, 최 당선인은 이제 선택해야 한다. 과거 개인이 걸어왔던 방식을 고집할 것인가, 13만 의사들을 대표하는 의협의 수장다운 길을 갈 것인가.

최 당선인은 의료계 내부에서조차 자신의 강경노선과 행보를 우려하는 시선이 있음을 알아야 한다. 이번 선거에서 그는 총 투표참여자 2만1547명 가운데 6392명(29.67%)의 표를 얻었다. 전체 의협 회원 13만명 가운데 겨우 5% 정도다. 나머지는 그를 찍지 않았거나 방관했다. 앞으로 이들 동료의사가 충분히 공감하는 방식으로 원하는 바를 얻지 못한다면 그들은 결국 완전히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 일각에서 의협을 빼고 개별의사회나 의학회별로 협상을 벌이는 ‘의협 패싱론’이 나오고 있는 상황도 감안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의료 소비자인 국민을 중심에 놓고 생각해야 할 때다. 국민 건강을 볼모로 또 다시 집단휴진 등 실력행사에 나선다면 소비자들로부터 외면 받을 것은 뻔한 이치다.

의협 주장대로 문재인케어가 결국 국민에게 독이 되어 돌아온다면 정부와 대화나 협상을 거부할 게 아니라 정확한 데이터와 합당한 근거를 갖고 먼저 국민 설득에 나서는 게 맞다. 국민이 등을 돌리면 의료 공급자인 의사들도 설 자리가 없다.

정부도 일방적으로 밀어붙인다는 인상을 주기보다 더 유연한 자세로 정책 파트너를 협상 테이블로 끌어와야 한다. 필요하면 속도 조절도 신중히 검토해 봐야 한다. 문재인케어의 성공은 의료계 참여와 협조 없이는 요원하다.

민태원 사회부 차장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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