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 합격자 4대1로”… 하나은행 성차별 채용 기사의 사진
비율 미리 정해 놓고 진행… 2013년 男80·女20명 적시
女 서류전형서 불이익 당해…임원면접 합격권 女 2명 아웃
금감원, 채용비리 32건 적발…최흥식 등 추천 16명 부정합격


남자 4명에 여자 1명. KEB하나은행이 2013년 하반기 공채에서 남녀 합격자 비율을 미리 정하는 등 ‘차별 채용’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채용에선 최흥식 전 금융감독원장 등이 추천한 16명이 기준 미달인데도 최종 합격했다.

금감원은 2013년 하나은행 채용 특별검사 결과를 2일 발표했다. 최 전 원장이 하나금융지주 사장으로 있을 때 추천한 지원자가 최종 명단에 이름을 올린 사실이 확인됐다. 최 전 원장은 채용비리 의혹이 불거지자 지난달 자진사퇴했다.

최 전 원장은 대학 동기 아들이 지원했다는 걸 인사팀에 전달했다. 금감원은 이 지원자의 서류전형 점수가 418점으로 기준(419점)에 미치지 못했지만 서류전형을 통과해 합격했다고 밝혔다. 당시 최종 합격자 가운데 추천 방식의 특혜 채용자는 16명, 남녀 차별에 따른 합격자는 2명, 특정 대학 우대로 들어온 지원자는 14명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특별검사에선 남녀 차별 채용 정황이 새롭게 발견됐다. 앞서 금감원이 진행했던 2016년 채용비리 검사에선 관련 정황이 나타나지 않았었다.

하나은행은 2013년 하반기 공채 때 남자 80명, 여자 20명을 뽑기로 사전에 계획을 세웠다. 지원자는 남자 7535명, 여자 5895명이었다. 서류전형에서 남자 1600명, 여자 399명이 통과해 남녀 비율은 4대 1이었다. 서울지역의 서류전형에서 여성 커트라인은 467점으로 남성 커트라인(419점)보다 48점이나 높았다. 남녀 차별이 없었다면 전체 서류전형 커트라인은 444점이고, 여성이 619명 더 서류전형을 통과했을 것으로 금감원은 추정했다. 실무자 서류에서 최종 합격자 비율, 서류전형 커트라인 점수를 미리 정해놓은 흔적이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하나은행은 임원면접에서 합격권에 든 여자 2명을 떨어뜨리고 합격권 밖에 있던 남자 2명을 끌어올리기도 했다. 원래대로라면 남자 102명, 여자 21명이 합격해야 하는데 순위를 조작한 것이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최종 합격자 가운데 남자 비중이 월등히 높아졌다. 남자는 104명, 여자는 19명이 합격자 명단에 들어갔다. 남녀 비율은 5.5대 1이다. 사전에 계획한 4대 1보다 남자를 더 많이 뽑았다. 같은 해 상반기에 있었던 공채에서도 의심 가는 대목이 있었다. 최종 합격자의 남녀 비율은 10.8대 1(남자 97명, 여자 9명)로 ‘남자 편향’이 심각했다. 다만 ‘차별 채용’을 결정한 최종 책임자가 누구인지, 관련 서류가 어디까지 결재됐는지는 검사 과정에서 밝혀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잇따라 차별 채용이 불거지자 금융권에선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을 보인다. 업무 강도가 높은 금융권의 특성을 감안해도 최종 합격자에 남자 비율이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앞서 검찰은 부정 채용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는 KB국민은행 인사팀장을 지난달 구속했다. 그는 2015년 상반기 대졸 신입 공채 때 남성 지원자들의 점수를 올려준 혐의도 받고 있다.

나성원 안규영 기자 na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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