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엔 노찾사, 오른쪽엔 015B… 신해철 음악 재평가돼야” 기사의 사진
음악평론가 강헌이 최근 서울 동작구에 있는 자택에서 저서 ‘신해철’을 펴낸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그는 “책을 쓰면서 신해철이 발표한 곡들을 각각 100번 넘게 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장 좋아하는 신해철의 음악은 무엇인지 묻는 질문엔 ‘일상으로의 초대’와 ‘영원히’를 꼽았다. 최종학 선임기자
“신해철 발인식 직후 3주간 미친 듯 쓴 글이 80∼90%
‘가요=사랑타령’ 공식 깬 뮤지션… 존재·세계 같은 묵직한 주제
각종 매체가 온당한 평가 안해… ‘100대 명반’ 상위권에 랭크돼야”


4년 전, 10월의 마지막 날이었다. 창밖에는 가을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다. 음악평론가 강헌(56)은 황망한 기분으로 TV를 시청했다. 화면엔 수많은 사람들의 오열 속에 의료사고로 세상을 뜬 가수 신해철(1968∼2014)의 발인식이 생중계 되고 있었다.

강헌은 이날 오후 서울 대학로에 있는 ‘벙커 1’에서 음악 강연을 진행할 예정이었다. 그는 노트북을 켜고 신해철을 기리는 강연 원고를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는 나에게 친동생보다 가까운 동생이었고 나보다 나이가 어린 유일한 형이었습니다….”

강연을 마친 뒤엔 신해철의 삶을 다룬 책을 쓰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그 책은 최근에서야 ‘신해철’(돌베개)이라는 제목으로 세상에 나왔다. 책의 첫머리엔 이렇게 적혀 있다. “이 책은 비평가로서 쓴 한 아티스트에 대한 작가론이 결코 아니다. 그저 긴밀하게 동행한 벗에게 보내는 조금 긴 추도사이며 언제까지고 이어질 그와 그의 음악을 향한 추억의 되새김이다.”

최근 서울 동작구에 있는 강헌의 자택을 찾아갔다. 강헌은 인터뷰가 시작되자 “길었던 추도의 시간이 이제야 끝난 것 같다”며 말문을 열었다. 이어 “신해철의 죽음은 엄청난 충격이었다”며 “책 내용 중 80∼90%는 발인식 직후 3주간 미친 듯이 쓴 글”이라고 설명했다.

강헌은 신해철의 인생을 개괄하면서 그가 뮤지션으로서 일군 업적을 세세하게 들려준다. 눈길을 끄는 건 평단을 향한 비판이다. 신해철의 음악이 홀대받고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실제로 그동안 각종 매체가 20세기 가요사를 정리하면서 발표한 이른바 ‘100대 명반’ 순위에서 신해철의 작품은 상위권에 랭크된 적이 없었다. 신해철이 이끈 밴드 넥스트의 2집만이 30∼40위권에 오르곤 했다. 강헌은 자신의 책에 “넥스트 앨범은 결코 온당한 평가를 받지 못했다. (이들 프로젝트에 참여한) 선정 위원의 전문성도 의심스럽다”고 적었다.

그렇다면 신해철의 음반은 어느 정도의 평가를 받아야 할까. 강헌은 출간이 되진 않았지만, 과거에 가요계 명반을 정리한 ‘대중음악 베스트 100’이라는 리스트를 만든 적이 있다고 했다. 당시 그는 넥스트 2집을 9위에 올렸다. 1위는 1982년 출시된 조용필 4집이었다.

“신해철의 음반은 ‘가요=사랑타령’이라는 공식을 부쉈다는 점만으로도 높은 평가를 받아야 해요. 그의 앨범을 들으면 노랫말이 얼마나 중요한지 실감할 수 있어요. ‘존재’나 ‘세계’ 같은 묵직한 주제를 가지고 각각의 음반을 만들었어요. 재평가 받아야 할 뮤지션이에요.”

신해철의 팬이라면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문장이 끊임없이 등장한다. “(신해철의) 왼쪽에 노찾사가 있다면, 오른쪽에 015B가 있었고 신해철은 이 양극단을 혼란스럽게 오가야 할 운명이었다” “(데뷔곡인 ‘그대에게’는) 연인을 향한 찬사의 형식을 빌렸을 뿐, 사실은 음악 그 자체에 대한 간절한 서원(誓願)이었다”….

1962년 부산에서 태어난 강헌은 91년 가수 김현식(1958∼1990)에 대한 평론을 쓰면서 음악계에 입문했다. 날카로운 평론을 통해 필명을 날렸고, 대표적인 음악평론가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2000년대 초반 대동맥이 파열되고 심장에 이상이 생겨 생사의 기로에 섰었다.

강헌은 “당시에 나는 곧 죽을 운명이라고 생각했다”며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그러면서 후속작으로 무엇을 준비 중인지 들려줬다. 한국의 대중문화 역사를 일별한 ‘강헌의 한국대중문화사’ 시리즈, 국내 음식문화를 다룬 에세이, 명리학을 심도 있게 다룬 책….

“앞으로도 꾸준히 책을 내겠지만 이번에 펴낸 ‘신해철’은 앞으로도 제게 각별한 작품으로 남을 거 같아요. 독자들이 이 책을 읽고 그의 음악을 다시 한 번 찾아들었으면 합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사진=최종학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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