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따라 꽃따라 한걸음에 다가선 힐링 기사의 사진
부산 '갈맷길' 2코스 2구간에 속하는 오륙도 해맞이공원에 수선화, 유채꽃 등 꽃이 만발해 봄을 알리고 있다. 멀리 스카이워크 너머로 넘실거리는 푸른 바다에 떠 있는 오륙도가 멋진 풍경을 풀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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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따뜻해지면서 봄기운이 완연하다. 봄꽃들이 저마다 아우성이다. 봄맞이 산책하기에 안성맞춤이다. 부산에는 봄을 느끼며 걷기 좋은 길이 여럿이다. 바다를 끼고, 호수를 두르고, 하늘을 가르는가 하면 숲속으로 들어가 걸을 수 있다. 도심과 자연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 갈맷길이, 파란 바다 위를 아찔하게 걷는 스카이워크와 해상케이블카가, 초록으로 마음을 씻는 대나무·소나무 숲길이 힐링의 봄을 안겨준다.

갈맷길은 부산의 산, 바다, 강, 온천을 모두 만날 수 있는 도보 여행의 종합선물세트다. 부산시의 시조(市鳥)인 ‘갈매기’와 ‘길’의 합성어로, 시민공모를 거쳐 2009년 확정된 이름이다. 제주도 올레길이나 지리산 둘레길과 달리 대도시 부산의 곳곳을 누빈다는 점이 특징이다. 9개 코스(21개 구간) 263.8㎞에 이른다.

9개 코스를 모두 답사하려면 어른 걸음으로 약 86시간이 걸린다. 짧게는 5.7㎞(해운대 문탠로드∼수영구 민락교, 2코스 1구간)에서 길게는 23㎞(구포역∼성지곡수원지, 6코스 2구간)에 이른다.

추천할 만한 코스는 2코스 2구간(민락교앞∼오륙도선착장, 11.8㎞)중 오륙도 해맞이공원부터 동생말까지 이어진 이기대(二妓臺) 코스(4.7㎞)다. 이기대의 유래는 임진왜란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왜군이 수영성을 함락시키고 경치 좋은 이곳에서 축하잔치를 열었다. 기녀 두 사람이 술 취한 왜장을 끌어안고 절벽으로 몸을 던졌다고 한다. 두 기녀가 이곳에 묻혀 있어 이기대란 지명이 생겼다.

오륙도 해맞이공원에서 제일 먼저 만나는 볼거리는 길이 15m짜리 스카이워크. 35m 해안절벽 위에 철제 빔을 놓고 방탄유리 24개를 말발굽 형태로 이어 만들었다. 끝에 서면 발밑으로 푸른 바다가 넘실거린다. 파도소리와 멋진 풍경에 마음이 시원해진다.

오륙도를 지척에서 볼 수 있다. 방향에 따라 5개로 또는 6개로 보인다. 가까운 데서부터 방패섬, 솔섬, 수리섬, 송곳섬, 굴섬, 등대섬으로 이어진다. 멀리 광안대교와 마린시티, 해운대 달맞이고개도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공원 전망대에 오르는 길에 노란 꽃들이 화사한 자태를 뽐낸다. 유채꽃이 일부 피었고 수선화가 만개했다. 4월 유채꽃이 절정을 맞는다. 바람이 불 때마다 일렁이는 유채꽃 물결이 쪽빛 바다와 기막히게 어우러진다.

해안을 끼고 도는 길은 농바위∼전망대∼어울마당∼구름다리를 거친다. 중간에 빠질 수 있는 길이 없다. 모두 데크로 이뤄져 산책하듯 걸으면 된다. 오르막도 만나지만 내리막이 단연 많다. 산책로를 따라 굽이굽이 돌 때마다 절경이 다가선다. 기암절벽에 새하얗게 부서지는 파도와 하늘빛 바다가 그림처럼 수려하다. 한동안 군사지역으로 묶여 있어 주변 자연은 고스란히 살아있다. 2시간 정도 걷고 나면 몸이 가뿐해진다.

갈맷길 8코스 1구간은 상현마을에서 동천교(석대다리)까지 이어지는 10.2㎞다. 이 길에 회동수원지가 있다. 회동수원지는 식수가 부족했던 1942년 수영강의 흐름을 막아 조성됐다. 이후 1964년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되면서 일반인들의 출입이 금지됐다.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아 자연 그대로 유지됐다. 45년이 지난 2009년 굳게 잠겼던 길이 열렸다.

회동수원지길은 다양한 자연 테마가 있는, 숲과 호수를 끼고 걷는 차분한 길이다. 2009년 갈맷길 축제 길 콘테스트에서 대상을 받았다. 날것의 아름다움을 유지하면서도 사람의 손에 의해 잘 다독여졌다. 전망대가 세워졌고 평평한 데크길, 부드러운 황톳길 등 쉽게 산책할 수 있는 길이 조성됐다. 수원지를 따라 바람에 우아하게 흩날리는 갈대가 운치를 더한다. 호수 건너편에는 아홉산이 병풍처럼 감싸고 있다.

회동수원지길을 완주하려면 5시간은 족히 걸린다. 인기 구간인 땅뫼산 황톳길은 부담없이 걸을 수 있다. 평지로 조성한 길이 약 1㎞가량 이어진다. 황톳길 끝에는 발을 씻을 수 있는 시설이 마련돼 있다. 신발을 벗고 맨발 걷기를 해보자.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가볍게 발을 지압해 준다. 이어지는 편백 숲길에서 피톤치드가 몸과 마음을 씻어준다.

기장군 철마면 웅천리에 ‘부산에서 가장 때 묻지 않은 숲’이라고 자신 있게 평할 수 있는 숲이 있다. ‘아홉산숲’. 52만8952㎡ 규모에 희귀한 구갑죽(龜甲竹)은 물론 금강소나무, 맹종죽, 편백 등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치유와 명상, 생명이 함께하는 숲이다. 하나의 수목원을 방불케 하는 이곳을 남평 문씨 일가가 9대에 걸쳐 400년 가까이 가꾸며 지켜오고 있다. 일반인에게 공개된 지는 약 1년 반 정도. 아득한 옛날부터 일제강점기, 광복과 6·25전쟁을 거치고서도 자연 모습 그대를 간직하고 있다.

아홉산숲 탐방은 매표안내소 옆 구갑죽 마당과 관미헌(觀薇軒)에서 시작한다. 구갑죽은 거북이 등 껍데기 같은 색상에 울퉁불퉁한 모양이다. 맹종죽이 길고 날씬하게 뻗은 몸매를 자랑한다면 구갑죽은 신기함으로 치장했다. 관미헌은 문중 종택으로 ‘고사리처럼 귀하게 본다’는 뜻을 가졌다. 60여 년 전 못을 전혀 쓰지 않고 순전히 뒷산의 나무로만 지은 한옥이라고 한다.

‘금강소나무 숲’과 ‘굿터’는 꼭 봐야 한다. 일제 강점기 태평양 전쟁으로 인한 수탈로 국내의 금강소나무 수가 급격히 줄었을 당시에도 제모습을 잃지 않았다. 나이테 조사 결과 400년을 훌쩍 넘겼다. 흠집 없이 잘 자라 약 116그루가 보호수로 지정됐다.

숲 깊숙이 더 들어가면 영화나 드라마의 명장면에서 등장한 굿터가 나온다. 두 손으로 움켜쥐기 벅찰 정도의 굵은 대나무가 빼곡히 들어선 숲이다. 영화 군도, 협녀, 대호와 드라마 달의 연인 등에 등장했다. 국내 유명한 대나무 숲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낙서나 북적대는 인파가 없다. 400년 이상 숲을 지켜온 한 집안의 노력에 대한 마음에 보답하듯 방문객들도 한마음으로 잘 지켜준 덕이다.

송도해수욕장은 우리나라 최초의 공설 해수욕장이다. 1913년 일본인의 손으로 만들어졌다. 1920년대에 해상 다이빙대가, 1964년에 420m 길이의 케이블카가 설치됐다. 이듬해에는 출렁다리가 놓였다. 출렁다리와 다이빙대는 1987년 태풍 셀마로 전파됐고, 케이블카는 이듬해 운행을 중단했다.

그곳에 송도의 명물이 다시 설치되면서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2013년 해상 다이빙대가 설치됐다. 추억의 출렁다리는 총 365m의 바다 위 산책로 ‘스카이워크’로 재탄생했고, 송도 해상케이블카 ‘부산에어크루즈’도 개장했다. 1.62㎞ 거리에 8인승 캐빈 39기가 운행 중이다. 이 중 13기는 바닥이 강화유리로 돼 있다. 최고 86m 아래로 푸른 바다가 발밑에 아찔하게 펼쳐진다.

■여행메모
걷기 프로그램 이용 도보 인증 '재미'… '가족이 묵기 좋은' 파라다이스호텔

서울에서 출발한다면 KTX나 버스를 이용하는 게 편하다. 오륙도를 자동차로 간다면 경부고속도로로 대구까지 이동한 뒤 중앙고속도로(부산-대구)로 갈아타면 빠르다. 회동수원지는 금정구에, 아홉산숲은 기장군에 위치해 있다. 송도해수욕장은 부산 구도심과 가깝다. 부산역에서 버스를 타면 30분이 채 안 걸린다.

갈맷길을 즐기는 방법 중 하나는 '㈜부산의 아름다운 길'이 운영하는 걷기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것이다. 기수별 걷기, 구간별 자유 걷기, 장애우와 더불어 걷기, 기업 및 단체 걷기 등이 있다. 도보 인증을 하는 것도 재미다. 구간별 시작점, 중간점, 종점에 인증대 38곳이 설치돼 있다. 완주하면 인증서, 인증배지, 머그컵, 물병, 휴대용 구급함 등 기념품이 주어진다.

부산에서 숙소 선택권이 가장 넓은 곳 중의 하나가 해운대다. 해운대에서 가장 입지 조건이 좋은 곳이라면 파라다이스호텔 부산(사진)이 꼽힌다. 4년간 리모델링 공사를 마치고 지난해 6월 오픈했다. 갈맷길 2-1구간 해운대해수욕장에 위치해 객실에서 바다를 내려다볼 수 있다. 덕분에 지난해 세계적 유명 호텔 온라인 예약 사이트인 호텔스닷컴이 선정한 '가족 여행객들이 묵기 좋은 호텔 10선'에 포함됐다. 어른과 아이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다채로운 편의시설을 갖췄다는 점이 높이 평가받았다.

올 연말까지 '파라다이스 콜라보레이션' 패키지도 이용해볼 만하다. 복합리조트인 '파라다이스 시티'와 '파라다이스호텔 부산'을 함께 경험하며 여유롭게 힐링을 만끽할 수 있다.

부산=글·사진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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