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이명희] 등산 금주 기사의 사진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 중 최고 애주가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다. 양주부터 막걸리, 혼합주까지 다양하게 즐겼다. 반면 김대중 전 대통령은 술을 멀리했다. 주량은 소주나 포도주 두 잔 정도. 조선시대 왕들 중 애주가로는 태종과 세조, 영조를 꼽는다. 숱한 변란과 당쟁을 겪으면서 술에 의지해 시름을 달래려 한 것일까. 영조 때는 신하들이 술을 경계하라고 간언도 했다. 영조는 “내가 목이 마를 때 간혹 오미자차를 마시는데 남들이 소주인 줄 의심을 한다”고 둘러대기도 했다. 세종은 술을 아주 싫어해 신하들이 술을 마시라고 강권하면 화를 냈다.

조선시대 큰 가뭄이나 흉작, 기근이 들 때면 국가에서 금주령을 내렸다. 근신함으로써 하늘의 노여움을 풀고 굶주린 백성을 위로할 겸 식량과 비용을 절약하기 위해서였다. 애주가였던 영조도 1758년 “술을 마시는 것을 금지해 곡식을 절약하고 윤리와 풍토를 바로잡도록 하라”고 금주윤음(禁酒綸音)을 선포했다. 궁중 제사 때에도 술 대신 차를 올리도록 하고 금주령을 어긴 자를 사형에 처하기도 했다.

지난달 13일부터 국립공원을 비롯한 자연공원 내 대피소와 탐방로, 산 정상에서의 음주가 금지되면서 단속반과 등산객들 간의 실랑이가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등산주로 1차, 정상주로 2차, 하산주로 3차 하던 애주가들은 아름다운 경치를 보면서 한잔 하는 즐거움까지 빼앗아 가냐며 푸념한다. 하지만 산을 찾았다가 곳곳에서 벌어지는 술판과 취객들의 술 냄새에 불쾌했던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쌍수를 들어 환영하고 있다. 더구나 지난 6년간 국립공원 내에서 음주로 인한 안전사고가 64건, 이 중 10건이 사망사고라는 점을 감안하면 방관할 일이 아니다. 금지구역이 모호한 데다 음주측정기를 설치할 수도 없어 실효성 논란도 있다. 그러나 시행하다 보면 ‘공원 내 취사·야영 금지’처럼 음주 산행도 자연스레 없어지지 않을까.

이명희 논설위원

그래픽=이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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