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명호] 문명의 충돌 시즌2 기사의 사진
미국과 중국이 몇 차례 관세 폭탄을 주고받으면서 전면적인 무역전쟁을 벌일 것 같더니만 양쪽에서 협상 얘기가 솔솔 나온다. 현 상황에 대해 상대방에 책임이 있다고 세게 비판하면서도 “대통령 자리에 최고의 협상가가 있다는 건 매우 행운이다”(미국 백악관 대변인), “모든 문제가 테이블 위에 올라왔다. 이젠 협상과 협력의 시간”(중국 재정부 부부장)이라고 얘기한다. 싸울 무기와 전략들을 일부 내보이면서 다시 질서를 구축하자는 취지인데, 둘 다 이익을 잃지 않기 위한 출구전략은 늘 생각한다는 뜻이겠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 상황을 두 나라가 뉴 노멀을 모색하는 협상을 시작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국 간 갈등의 본질은 안보와 경제를 중심으로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와 시진핑의 중국몽이 굉음을 일으키는 것이다. 새뮤얼 헌팅턴은 1996년 펴낸 ‘문명의 충돌’에서 종교와 지역 등을 기준으로 기독교권, 이슬람권, 유교권, 라틴아메리카권 등 대략 8개 문명권으로 나눴다. 그는 냉전 이후 이념 갈등이 문명 갈등으로 변형돼 나타날 것이라고 봤다. 구체적으로는 기독교 서구문명 대 이슬람 및 아시아 유교문화권의 충돌을 예상했다. 9·11과 이후 미국 주도의 테러와의 전쟁은 그의 통찰력을 입증했다. 미·중 충돌은 ‘문명의 충돌 시즌2’이다. 서구중심주의의 오만한 분석틀이라는 비판을 받긴 하지만 헌팅턴의 예상대로다. 나아가 저명한 하버드대 정치학 교수 그레이엄 앨리슨은 지난해에 쓴 ‘예정된 전쟁’에서 역사적 관점에서 볼 때 미·중의 패권 경쟁이 전쟁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고 분석했다. 두 문명이 추구하는 가치가 너무 다르기 때문이다.

양국이 벌이는 서태평양에서의 무력시위, 우리 머리 위에서 획획 오가는 관세 폭탄은 우리에게 엄청난 영향을 준다. 한반도의 지정학적 의미를 새삼 깨닫는다. 문명의 충돌 시즌2는 서로 공격하고 어르면서 이익의 균형을 찾으려고 할 것이다. 상대적으로 다른 나라의 이익은 점점 밀려날 게다. 시즌2 국면에서 우리는 생존 전략을 어떻게 짜야 하나.

김명호 수석논설위원

삽화=이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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