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청년] “옥타곤 정상에서 하나님 사랑 전할 것”

격투기하는 ‘교회 오빠’ 고석현

[예수청년] “옥타곤 정상에서 하나님 사랑 전할 것” 기사의 사진
종합격투기 선수 고석현씨(모자 쓴 사람)가 2일 부산의 한 길거리에서 이음교회(유진석 목사) 성도들과 ‘십대의 셔틀’ 사역을 하고 있다.이음교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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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선수가 서로에게 주먹을 내지르는 격투기는 사랑을 제일로 삼는 기독교 신앙과 거리가 있어 보이는 종목이다. 이런 편견을 깨고 격투기를 통해 하나님나라 복음을 전하겠다는 청년이 있다. 지난해 11월 러시아 소치 국제삼보연맹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고석현(25·부산 이음교회)씨를 최근 부산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고씨는 초등학교 5학년 때 유도를 시작해 체육특기자로 대학교까지 진학했던 엘리트 운동선수였다. 하지만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회의감이 찾아왔다. 다양한 경험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대학교 1학년 때 학교를 그만뒀다.

패기 있게 세상으로 나왔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갈피를 잡지 못한 고씨는 곧 방황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2013년 동네에서 우연히 중학교 선배를 만나 “교회에 나와 보라”는 말을 들었다. 처음에는 귀담아듣지 않았지만 고민이 깊어지자 의지할 대상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고씨는 결국 교회에 나가게 됐다.

고씨는 “교회에 나갔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고 환경이 변한 것도 아닌데 마음에 평안이 찾아오더라”고 당시를 기억한다. 그러면서 “이게 하나님의 사랑이구나 싶어 이후로 계속해서 교회에 나가게 됐다”고 덧붙였다.

다음 해 군대에 가게 된 고씨는 훈련소 입소 직전 자신을 교회로 인도한 중학교 선배로부터 문자를 한 통 받았다.

“내가 네게 명령한 것이 아니냐 강하고 담대하라 두려워하지 말며 놀라지 말라 네가 어디로 가든지 네 하나님 여호와가 너와 함께하느니라 하시니라.(수 1:9)”

고씨는 “제가 원래 외우는 걸 잘하지 못하는데 이 구절만큼은 한 번에 외워지더라”고 회상했다. 지금도 고씨의 왼쪽 팔에는 ‘여호수아 1장 9절’이 문신으로 새겨져 있다. 고씨는 군 생활을 하는 내내 매주 교회에서 예배를 드렸다. 매일 기상 10분 전 일어나 성경을 읽으면서 고된 하루를 준비했다.

제대 후 고씨는 격투기 선수로 진로를 결정했다.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은 결국 운동”이라는 생각은 들었지만 “크리스천이 격투기를 해도 될까” 하는 고민도 많았다. 하지만 격투기 중계를 보던 중 챔피언이 전 세계에 송출되는 방송에서 인터뷰하는 모습을 보고 “언젠가는 내가 저 자리에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면서 하나님의 사랑을 전해야겠다”고 결심을 굳혔다. 고씨는 “하나님께서 격투기도 만드신 것이 아닌가. 내가 격투기를 하더라도 평소 올바르게 생활하면 될 거라고 생각했다”며 웃었다.

그가 선택한 종목은 러시아 전통 격투기인 삼보. 삼보는 러시아어로 ‘무기를 소지하지 않은 호신술’이라는 의미의 약자다. 메치기와 굳히기로 승부를 겨루는 종목으로 유도와 유사한 규정이 많다. 유도를 하며 다져진 고씨의 실력이 곧바로 빛을 발했다.

본격적으로 삼보를 시작한 지 2년밖에 되지 않은 지난해 11월 세계선수권 대회에 참가했다. 경기 전에는 승패에 연연하지 않고 어떤 결과를 내든 하나님께서 주시는 결과를 받아들이고 감사해하자는 마음이었다. 몇 승을 해도 교만해지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그렇게 하나님과 함께 싸워간 고씨는 대회에서 모든 상대를 이기고 최정상의 자리에 올랐다. 단상에서 든 생각도 그저 “감사하다”뿐이었다. 삼보 세계선수권 금메달은 한국인으로선 처음으로 세운 대기록이다.

지금 고씨는 종합격투기(MMA) 프로선수다. 현재 기록은 1승 1패다. 최종 목표는 UFC에 진출해 챔피언이 되는 것이다. UFC의 전설적인 선수 표도르 예멜리야넨코(42·러시아)도 삼보선수 출신이다. 그는 현재 소속팀 ‘팀매드’ 선배인 UFC 선수 김동현(37)의 훈련 보조를 맡기도 하며 꿈을 키워 나아가고 있다.

하루하루 훈련으로 바쁜 일상이지만 고씨는 자신을 방황 속에서 이끌어주신 하나님을 기억하고 있다. 매주 월요일마다 이음교회에서 진행중인 ‘십대의셔틀’(국민일보 2018년 3월 28일자 31면) 사역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학생들에게 간식을 나눠주고 있다. 유진석 이음교회 담임목사는 “매우 성실하고 밝은 우리 교회 분위기 메이커”라며 “석현이가 격투기라는 독특한 방식으로 복음을 전하려는 만큼 잘 세워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런 그가 생각하는 하나님은 어떤 분일까. 고씨는 “하나님은 맨 앞에서 경계 수색을 하는 첨병 같은 분”이라고 말한다.

“하나님은 항상 우리가 모르는 길을 가더라도 앞에서 안전하게 이끌어 주시는 분입니다. 그냥 우리는 의심하지 않고 하나님께서 이끄는 대로 가면 됩니다. 저 역시 모르는 길을 가다가 수없이 넘어지고 좌절했어요. 그럴 때마다 하나님께서 손을 내밀어주셨습니다. 지금도 저는 제 앞에 서 계시는 하나님을 따라 같이 걸어가고 있습니다.”

부산=이현우 기자 bas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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