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문제가 뭔지조차 모르는 게 가장 큰 문제” 기사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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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보수 가치 제대로 제시 못해
(2) 朴·MB件 사과 않고 어정쩡
(3) 9년 이어온 계파정치에 발목
(4) 색깔론 등 구시대적 프레임
(5) 민주주의 없는 정당 운영
(6) 당 위기 수습할 리더십 부재


6·13 지방선거가 두 달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자유한국당은 총체적 난국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떨어진 지지율은 좀처럼 오를 기미가 없고, 외부 인사 영입을 통한 새 피 수혈도 진척이 없다. 오히려 ‘올드 보이’들이 당의 전면에 나섰다. 당내 민주주의도 실종돼 당 전체가 동맥경화에 걸린 모습이다. 친이(친이명박), 친박(친박근혜), 친홍(친홍준표) 계파정치에만 몰두한 탓에 민심과 괴리됐다는 비판도 나온다. 정치학 교수들과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한국당의 문제는 아직도 자신들의 문제가 무엇인지조차 모르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한국당의 문제를 6가지로 정리했다.

우선 보수 가치의 실종이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5일 “최근 정당 지지율을 보면 한국당은 보수층 지지도 다 얻지 못하고 있다”며 “이는 한국당이 보수의 가치를 제대로 제시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한국당이 정통 보수정당을 표방하고 있지만 보수의 양 축인 안보와 경제에 대해서도 뚜렷한 대안을 내놓지 못하는 상태다. 또 공동체를 위한 헌신이나 보수 유권자들이 기대하는 품격에도 못 미친다는 평가가 있다. 한국당 의원들이 줄지어 검찰 수사를 받는 등 도덕성에 타격을 입은 것도 영향을 미쳤다.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 문제도 한국당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다. 한국당은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들과 어정쩡한 거리두기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권순정 리얼미터 조사분석실장은 “한국당은 자신들이 배출한 대통령이 탄핵 당하고 구속됐는데 진정어린 참회나 사과를 하지 않았다”며 “그로 인해 유권자들의 신뢰를 잃었다”고 평했다. 한국당은 지난해 11월 박 전 대통령을 제명했다. 하지만 최근에도 “박 전 대통령이 인간적으로 불쌍하다”는 논평을 내며 오락가락 행보를 보였다. 이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당을 떠난 인사”라고 말하면서도 검찰 수사를 ‘정치보복’이라고 몰아붙였다. 권 실장은 “이런 일들이 반복되면서 국민들 눈에 결국 두 전직 대통령과 한국당이 불가분(不可分)의 관계처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명박·박근혜정부 이후 계속된 계파정치의 검은 그늘도 한국당의 발목을 잡고 있다. 양승함 연세대 명예교수는 “한국당 의원들은 지난 보수 정권 9년 동안 권력과 계파정치에만 익숙해 국민과 괴리됐다”고 지적했다. 한국당은 친이계와 친박계의 싸움으로 허송세월을 보냈다. 20대 총선에서는 노골적인 ‘진박(진짜 박근혜) 마케팅’과 ‘옥새 파동’이 겹치면서 참패했다. 탄핵 과정에서는 친박과 비박(비박근혜)이 싸웠다. 홍준표 대표 체제에서도 친홍과 비홍(비홍준표) 간의 갈등은 계속되고 있다. 양 명예교수는 “이런 위기 속에서도 한국당은 여전히 보수층이 자신들을 지지해줄 것이라고 막연한 기대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국당이 내놓은 메시지도 구시대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권순정 실장은 “대통령 개헌안을 사회주의 개헌이라는 프레임으로 공격할 때 동의할 만한 사람이 얼마나 있겠느냐”며 “메시지가 정치공세적이고 올드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한국당은 최근 남북, 북·미 정상회담 추진 기류에 대해서도 ‘북한의 위장평화공세’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여전히 색깔론에 의지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지용근 지앤컴리서치 대표는 “한국당이 제1야당이라는 이유로 국민 정서와 안 맞는 대여 강경투쟁만 계속할 경우 중도층 표심을 잃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당내 민주주의의 부재와 리더십의 문제도 지적된다. 박원호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지금 한국당의 정당 운영 방식을 보면 홍준표 대표 등 지도부의 개인기에 상당 부분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정책이나 당의 입장이 지도부 발언에 따라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한국당은 홍 대표가 당 신년하례회에서 우리은행 달력에 인공기 그림이 들어간 것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자 당 공식 논평으로 이를 문제 삼았다가 구설에 올랐다. 박 교수는 “이런 정당 운영 방식은 만약 지도부가 일반 국민과 동떨어진 판단을 했을 때 바로잡기가 매우 어렵다”고 지적했다.

홍 대표는 지난해 7월 취임 이후 줄곧 자신에게비판적인 인사들을 겨냥해 ‘바퀴벌레’ ‘연탄가스’ 등의 표현을 써 막말 논란을 빚었다. 비홍 중진 의원들은 공개적으로 홍 대표의 당 운영 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조직 내에서 갈등이 계속되는 것은 궁극적으로 지도자의 리더십 문제”라며 “당내 반대세력을 설득하고 포용하는 자세가 없는 점은 문제”라고 말했다. 한국당 내에서도 홍 대표의 당 운영이나 지방선거 공천에 대해 “지나치게 독단적이다”는 비판이 나오지만, 한국당 인사들은 “홍 대표 외에 대안이 없지 않으냐”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이정희 한국외대 교수는 “한국당의 가장 큰 문제는 당의 위기를 수습할 만한 리더십을 갖춘 인물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윤해 이종선 기자 justice@kmib.co.kr

그래픽=공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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