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영석] 사투리 사용권 기사의 사진
지난해 8월이다. 한 기관장이 국회 상임위 답변 도중 “잠깐만예” “그게 말이지예”라고 했다. 위원장은 “사투리를 쓰니 이상하다. 사투리부터 고쳐라”고 지적했다. 한 취업포털 조사결과 취업준비생의 58.6%가 사투리 교정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사회생활에 표준어가 도움이 된다는 이유가 가장 많았다. TV와 영화에선 깡패나 잡부는 사투리를 쓰고, ‘실장님’은 표준어를 사용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사투리는 이상하고 사회생활에 도움이 되지 않는 품위 없는 말로 취급받고 있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은 표준어를 “교양 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현대 서울말로 정함을 원칙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사투리는 “어느 한 지방에서만 쓰는 표준어가 아닌 말”이라고 했다. 2009년 국민의 행복추구권과 평등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헌법소원이 제기됐지만, 합헌 결정이 나면서 유야무야됐다.

역사적으로 표준어는 근대화 과정에서 나타난 국가주의의 상징물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선 일제강점기 시절 만들어졌다. 조선어학회는 1933년 한글 맞춤법 통일안을 공포했고, 서울말에 표준어 자격을 부여한 조선어 표준말 모음집을 36년 간행했다. 언어통일운동이 민족을 결집시켜 독립에 기여한 점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광복 이후 표준어 권위는 더욱 높아졌다. 사투리는 잡스러운 언어로 순화 대상이 됐고, 전국적으로 서울말 쓰기 운동이 펼쳐졌다.

세상이 많이 변했다. 표준어 개념도 재검토할 때가 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회에 제출한 개헌안에 수도 조항을 신설했다. 행정수도를 이전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 셈이다. 서울이 행정수도가 아닐 경우 표준어 규정에 포함된 ‘서울’의 개념도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또 각 지역 청소년들은 사투리 대신 표준어의 변종을 쓰는 경향이 강하다. 지역보다 세대에 따른 언어 차이가 훨씬 크다는 점도 재검토 사유다.

사투리는 지역 주민들이 즐겨 쓰는 생활 언어다. 표준어를 잣대로 고칠 게 아니라 보존하고 발전시켜야 하는 말이다. 사투리가 한국어를 풍요롭게 한다는 인식 확산이 필요하다. 사투리 사용권도 존중되는 사회가 돼야 한다. 표준어는 써도 되고 쓰지 않아도 되는 권장어로 수정하면 어떨까. 다른 말이 있을 뿐 틀린 말은 없기 때문이다.

김영석 논설위원

삽화=이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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