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우성규] 돈과 머니 기사의 사진
돈은 순우리말이다. 조선 시대에도 돈이라고 불렀다. 그때 나온 어린이 한자 학습서 훈몽자회(訓蒙字會)는 돈을 뜻하는 한자어를 ‘돈 전(錢)’이라고 표기했다. 쇠붙이(金)와 창(戈)의 결합이다. 돈은 돌고 돈다고 해서 돈으로 부른다는 게 다수설이다. 소수설은 고대 중국에서 썼던 칼 모양의 화폐인 도화(刀貨)가 세월이 흐르며 돈으로 와전되었다는 내용이다. 칼과 창이 연상되는 돈에는 스스로를 지키고자 하는 염원이 담겨 있다.

실제 무기를 돈으로 사용하려던 시도도 있었다. 주인공은 쿠데타로 왕위에 오른 수양대군, 즉 세조다. 세조는 1464년 전폐(箭幣) 발행을 명령한다. 화살촉 모양의 화폐다. 평시에는 돈으로 쓰고, 전시엔 대나무 앞에 꽂아 화살로 쓰자는 거다. 1촌8푼(5.5㎝) 길이에 소재는 철이다. 연간 10만개 생산을 목표로 했지만, 대중화엔 실패했다. 화폐가 유통될 정도로 경제 여건이 성숙되지 않았으며 쌀이나 포목이 더 사랑받았기 때문이다.

영어의 머니(Money)도 비슷하다. 적으로부터 나를 지키기 위한 경고의 의미가 담겨 있다. 고대 로마의 주신인 주피터(Jupiter)의 아내 이름은 주노(Juno)다. 주노는 로마인에게 외적 침입을 미리 경고해 주는 여신이어서 ‘주노 모네타(Juno Moneta)’로 불렸다. ‘경고자’이자 ‘조언자’인 여신 주노다. 초기 로마의 주노 여신 사원 근처에 동전 주전소가 있었고, 자연스레 여신의 얼굴을 동전에 새기게 됐다. 이때부터 경고자를 뜻하는 모네타가 주전소, 동전, 화폐의 뜻을 겸하게 됐고, 이후 영어의 머니로 진화했다.

우리 돈 원화와 미국 돈 달러화의 교환 비율을 일컫는 환율 문제로 시끄럽다. 미국 정부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철강 및 환율 문제를 패키지로 묶어 협상했다고 자랑하면서부터다. 별도 협상이라곤 하지만 실제 기획재정부는 외환시장 개입 내역을 공개하는 방식을 두고 미 재무부 및 국제통화기금(IMF)과 협의를 진행해 왔다. 이달 중순 미 재무부의 환율조작국 보고서 발행 이전에 한·미 간 협의 결과가 발표될 가능성이 높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우리 실정에 맞게 외환시장 개입 공개 문제를 결정할 것”이라며 “환율 주권은 분명 우리에게 있다”고 공언했다.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에게 미국의 지나친 환율 간섭은 재앙이 될 수도 있다. 스스로를 지키라며 경고하는 돈의 의미를 새겨볼 때다.

우성규 차장

삽화=이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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