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에서-맹경환]  시 황제와 제왕적 대통령들 기사의 사진
중국을 이래저래 겪어 본 사람들은 중국에 대한 호불호가 분명하게 나뉜다. 하지만 중국의 권력 구조만큼은 대부분 인정하고 극찬하는 사람까지 많다. 중국의 지도자들은 지방이나 사업 단위의 말단부터 시작해 수많은 검증을 거쳐 한 단계씩 올라온다. 지방에서 성공한 지도자들은 중앙으로 진출하고, 그중에 뽑힌 사람들이 중국을 이끌고 있다. 이런 소수 중의 소수가 바로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들이다. 시기에 따라 11명, 9명, 7명의 상무위원들은 집단지도체제로 중국을 경영해 왔다. 권력 1위 국가주석의 독단을 막고 지혜를 모으는 중국식 민주집중제도였다.

하지만 시진핑 국가주석 체제 이후 집단지도체제는 붕괴됐다. 이전 집단지도체제에선 총리는 경제 분야 수장으로 자율적인 결정권을 가졌다. 하지만 현재는 상무위원들 간에도 상하가 분명해지고 보고와 승인이라는 절차가 생겼다. 특히 집권 1기 종료 때 후계자를 지정하는 ‘격대지정(隔代指定)’의 전통은 이미 유명무실해졌다. 공산당 집단지도체제의 근간이라고 할 ‘7상8하’(七上八下·67세는 유임하고 68세는 은퇴한다) 불문율도 깨졌다. 시 주석은 연령 제한으로 은퇴한 왕치산 전 중앙기율위원회 서기를 국가부주석으로 임명해 상무위원들을 뛰어넘는 2인자로 만들었다. 급기야 시 주석은 개헌을 통해 국가주석의 임기(5년)를 두 차례 연임으로 제한한 조항을 삭제해 장기 집권의 길을 열었다. 명실상부한 1인 지배 체제의 완성이자 ‘시 황제’의 등극이다. 중국 공산당은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시 주석의 중국몽(中國夢) 추진을 위해선 10년 임기로는 부족하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하지만 덩샤오핑 이후 중국의 정치 현대화에 분명히 역행하는 조치다.

절대적으로 선한 권력은 없다. 언제든 악한 권력으로 돌변할 수 있다. 모든 현대 국가들이 독재자의 출현을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 이유다. 중국도 또 다른 마오쩌둥의 등장을 피하기 위해 도입한 것이 집단지도체제였다. 시 황제는 한국의 제왕적 대통령들의 말로를 ‘간담 서늘하게’ 지켜봐야 한다.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하게 마련이다. 시 황제만큼이나 막강한 권력을 휘둘렀던 박정희 전 대통령은 심복의 총을 맞았고,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수치로 기억되고 있다. 민주화 이후에도 정권을 막론하고 퇴임 이후는 좋지 못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 6일 1심 재판에서 징역 24년, 벌금 180억원을 선고받았다. 자유한국당은 “오늘 이 순간을 가장 간담 서늘하게 봐야 할 사람은 문재인 대통령”이라고 이를 갈았다. 청와대는 “기억하지 않는 역사는 되풀이된다고 한다. 오늘을 잊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불행한 역사를 반면교사로 삼아 스스로에게 엄격해지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그보다는 “제왕적 대통령제가 지속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증명해 준 판결”이라는 바른미래당의 주장을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한국은 3권 분립이 균형을 이뤄야 하는 대통령제 국가이지만 막강한 권한을 가진 대통령은 언제든 제왕적 대통령의 독재와 부패로 이어질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제왕적 대통령의 권력을 견제할 수 있는 사회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이다. 최근 개헌 논의 과정에서 여야의 권력구조 개편과 관련, 입장이 크게 다르다. 정부 개헌안이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완화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야권의 비판도 새길 필요가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한 개헌안의 초안을 마련한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 하승수 부위원장도 “권력구조 개편, 대법원장 임명 절차, 정부의 법률안 제출권 등에서 특위 내 다수의견은 대통령의 권력을 분산하는 방향이었지만 정부 개헌안에선 많이 반영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국민 대다수가 대통령제를 원하고 있는 만큼 대통령제를 기본으로 해야 하지만 대통령이 권력기관에 대한 인사권을 내놓고 대통령의 권한을 분산시키는 방안을 검토해야 할 때다.

맹경환 온라인뉴스부 차장 khmae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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