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포커스-강준영] 남·북·미·중의 비핵화 동상이몽 기사의 사진
한반도 정세가 또다시 관련국 간 동상이몽(同床異夢)의 난기류에 빠졌다. 한국 정부의 노력과 북한의 전략적 평화 공세로 4월 27일과 5월 말 남북, 북·미 정상회담이 눈앞에 있는 상황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전격적인 중국 방문을 통해 ‘북핵 주변화’, 즉 차이나 패싱을 우려하는 중국의 역할을 부활시키는 반전 카드를 선택했다. 이는 북한이 핵능력 고도화를 바탕으로 핵·경제 병진 노선을 본격 추진하겠다는 주도적 의지의 반영이기도 하다.

중국은 지난 7년간 김정은 체제를 철저히 무시했다. 중국의 만류에도 핵·미사일 실험을 계속했고, 중국 주도의 6자회담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은 북한이 핵보유국을 선언하고 주도적 대외 전략을 구사하자 대북 영향력 감소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김정은 역시 북·미 정상회담에서 성과가 없게 되면 군사 옵션을 포함한 미국의 대북 강경 압박 노선이 더욱 강화될 것이므로 우군이 필요했고, 양국 관계 복원이 경제제재 완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했을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관계 복원에 대한 양국의 이해는 일치했다. 결국 북한은 중국이라는 보험을 통해 대미 공동 전선을 구축하고 장기적으로는 북-중-러 라인 재건을 시도하고자 했고, 중국은 대북 영향력을 복원해 미국 일방 주도의 북핵 처리 국면을 견제하고, 한국의 정책 결정에도 영향을 행사하려는 의도를 담아낸 것이다.

북·중 관계의 복원 시도는 연속적인 남북,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북핵 문제의 돌파구를 마련하려던 한국 정부의 구상과 북·미 간 일대일 구도로 비핵화 문제에 접근하려던 미국의 방식에 새로운 변수로 등장했다. 지난 25년의 경험에서도 알 수 있듯 이미 관련국들의 비핵화 개념과 비핵화 방식은 매우 다른 상황이기 때문이다. 한반도 비핵화는 한·미 입장에서는 북한의 비핵화다. 한국은 핵 개발이나 보유 의사가 없으므로 북한의 비핵화는 바로 한반도 비핵화와 동의어다. 그러나 북한은 주한미군의 핵전력도 포함되는 한반도의 비핵지대화를 주장한다. 더욱이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평화협정을 맺으면 주한미군의 필요성도 없어지므로 주한미군 철수도 주장할 수 있다. 중국이 북한의 귀환을 반기는 이유이기도 하다.

더 큰 이견은 비핵화 추진 방식에 있다. 중국 방문에서 김정은은 ‘미국의 위협 정책이 해소되고, 체제가 보장된다면 단계적·동시적으로’ 비핵화 논의에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북한이 여전히 단계별로 행동에 따른 보상을 전제로 하는 ‘행동 대 행동’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는 한국 정부의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협정에 대한 비단계적 일괄 타결 방식과도 배치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더 이상 과거 방식의 답습은 없으며, 북한의 선 비핵화 선언을 통한 ‘톱 다운(top-down)’ 방식만이 해결책임을 분명히 했다. 중국은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 중단과 한·미 연합 군사훈련 중지라는 ‘쌍중단’과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동시에 진행돼야 한다는 ‘쌍궤병행(雙軌竝行)’으로 6자회담을 통해 모든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중국과 북한의 입장에도 분명한 차이가 있다는 의미다.

이렇게 보면 현재까지는 달라진 것이 없다. 이미 2005년 6자회담에서 ‘핵동결-사찰수용-비핵화’라는 9·19 합의의 단계적 방식이 북한의 사찰 거부로 수포로 돌아갔던 경험이 있는 상황에서 북·중 회담을 통해 북한이 중국적 방식을 수용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미국은 이미 북·중 밀착이 또 다른 지연작전의 시작일 수 있다는 확고한 의심을 시작했다. 이 상황에서 우리 정부의 절박한 한반도 평화 강조가 북·중식 해결 방안에 대한 한국의 동조로 비쳐서는 안 될 일이다. 미·중 사이에서 중간자적 이익 극대화를 추구하는 북한에 이용당해서도 안 되지만 비핵화 논의가 미·중 간 상호 견제 카드가 되도록 방치하면 절대 안 된다. 정상회담은 결코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확고한 비핵화 원칙과 치밀한 전략이 없으면 전철을 밟기 십상이다.

강준영 한국외대 중국정치경제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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