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정형준] 의료계 공적 책임 강화해야 기사의 사진
이대목동병원에서 4명의 신생아가 사망한 사건은 4개월이 지난 현재도 책임공방 수준에서만 머물고 있다. 정작 중요한 재발방지 노력과 개선방향에 대해 제대로 된 사회적 논의는 시작조차 못한 실정이다. 책임 관계와 처벌은 평가와 재발방지를 위해 중요하다. 하지만 대부분 선진국에서 비슷한 사고가 발생했을 시 신속하게 문제의 원인을 진단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책임과 관련해 이번 사건에서 중요한 주체인 병원과 관리 감독을 해야 할 정부는 빠진 상태다.

대형병원 의료사고의 경우 내부에서 그 과정이 분석되고 평가되는 게 상례다. 그런데 이번 사고는 병원이 원인을 밝히지 못해 질병관리본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 등에 수사 및 조사 의뢰가 진행됐다. 이대목동병원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단초조차 제시하지 못했다. 문제는 이런 형편없는 병원이 보건복지부 병원인증평가를 매번 통과하고 ‘상급종합병원’의 지위를 누렸으며, 수많은 의료 인력을 교육하는 ‘교육병원’이었다는 사실이다. 지금까지 밝혀졌듯이 감염관리, 환자관리가 이 병원에서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적정 인력이 없어도 병상을 운영했고, 의료진 부재 속에 아이들이 죽어갔다. 대학병원임에도 자체 조사위원회 등을 통해 사건 원인 등을 찾아내지도 못했다.

만약 선진국에서 이런 상황이 발생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이대목동병원은 당장 폐쇄됐을 것이다. 그리고 각종 청문회가 열리고, 병원 경영진과 책임 있는 간부들이 사건에 대한 조사를 받았을 것이다. 병원과 병원 경영진에 책임을 묻고 이후 의료진에 대한 징계를 하는 경우는 병원 내부의 관리감독과 윤리규정이 강화된다. 반면 병원이 아닌 일선의료진에 대한 책임을 중심으로 묻게 되면 의료진들은 위험부담이 적은 업무로 이동하려 하고, 의료윤리도 실용적으로 왜곡된다. 전자는 유럽에서 주로 의료사고에 대처하는 방법이고, 후자는 미국에서 대처하는 방법이다.

미국 의료비가 유례없이 높은 이유 중 하나가 의료사고에 대한 개인책임을 강화한 결과라는 건 익히 알려져 있다. 위험부담을 의료비에 계속 포함시켜 환자에게 전가했기 때문이다. 반면 유럽식 공적 접근법은 위험부담은 사회보험이나 병원이 떠안고, 개인에 대해서는 내부 평가로 징계하는 방식이다. 때문에 의료비 자체에 위험부담을 전가하지 않아 적정비용을 유지할 수 있었고, 중환자진료 등에 대한 의료인력 수급에도 문제가 없었다. 이런 근본적 차이는 의료제도의 성격에 기반한다. 미국은 시장의료인 반면 유럽은 공공의료를 지향한다는 큰 차이점이 그것이다.

최근 시장의료를 강하게 지지하는 세력이 대한의사협회를 장악했다. 의료에 대한 시장의존을 방치하면 의료진 개개인의 책임이 강화될 수밖에 없는 모순을 몰라서인지, 의료진 구속에는 거꾸로 강하게 반대한다. 이런 비일관성 때문에 국민적 반감도 만만치 않다. 반면 정부는 ‘문재인케어’로 불리는 공적보험강화 정책을 추진 중이다. 그런데 정작 이런 공적보험 강화, 의료의 공익성 확대에 전제인 병원 통제는 하지 못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여러 문제를 야기한 이대목동병원에 병원인증평가를 시행한 방식과 구조에 대한 개혁 계획이 없다. 이대목동병원에 대한 징계 내용도 알려진 바 없다. 이대목동병원이 그동안 벌인 영리적 의료행태에 대한 감사도 없다. 너무나 아쉬운 대목이다.

‘문재인케어’로 불리는 의료보장성 공공성 강화 추진에 상당수 의사들이 반대하고 있다. 선량한 의사들조차 정부의 정책 변화로 책임은 몽땅 개별의사들이 져야 하는 게 아닌지 두려워한 나머지 일단 ‘비급여의 급여화’에 반대한다. 때문에 정부는 지금이라도 의료인 개개인이 아니라 공적 책임이 강화된다는 신호를 의료계에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 의료공공성을 지지하는 선량한 의료인의 지지라도 회복할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돈만 벌면 된다는 불나방 의사들이 전체 선량한 의사들을 활용하는 걸 막을 수 없다. 이대목동병원 사건 해결 방식이 그 단초가 돼야 한다.

정형준 인도주의실천의사協 정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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