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선수 정대영 “성경 구절 적은 손목 보호대 붙이고 우승”

도로공사 첫 우승 이끈 배구선수 정대영의 신앙고백

배구선수 정대영 “성경 구절 적은 손목 보호대 붙이고 우승” 기사의 사진
한국 프로배구 여자부 한국도로공사 정대영 선수가 지난 2일 서울의 한 카페에서 우승을 의미하는 손가락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신현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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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예수의 은혜가 모든 자들에게 있을지어다. 아멘.’(계 22:21)

지난달 27일 오전 한국 프로배구 여자부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 주장인 정대영(37) 선수는 요한계시록 마지막 장을 덮었다. 이날은 IBK기업은행과의 챔피언결정전 3차전이 열리는 날. 1승만 더 올리면 우승이 결정되는 이날은 매일 성경 읽기를 해오던 정 선수가 성경 1독을 마친 날이기도 했다. 성경을 덮으면서 그는 ‘하나님께서 오늘 우승하게 해주시려나 보다’라고 직감했다고 한다. 10여 시간 뒤 그는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고 하나님께 감사기도를 드렸다.

지난 2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정 선수를 만났다. 그는 ‘도드람 2017-2018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에서 한국도로공사 여자 프로배구팀 창단 이래 첫 우승을 이끈 주역이다. 주일 낮에도 경기를 치러야 하는 프로 운동선수들에게 ‘주일 성수’ 같은 온전한 신앙생활은 쉽지 않다. 배구리그 10주년 올스타, 국가대표 선발 등 화려한 경력과 더불어 성실하게 신앙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비결이 궁금했다.

정 선수는 어린 시절, 어머니를 따라 교회에 다니기 시작했다. “일요일에 교회를 가는 건 너무 당연했어요. 고등학교도 미션스쿨로 가면서 감사하게 예배를 계속 드릴 수 있었어요.” 하지만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실업팀에 입단한 뒤 상황이 달라졌다. 다른 선수들이 경기를 앞두고 쉬는 시간에 예배를 드려야 했다. ‘신참’ 시절에는 교회에 거의 나가지 못했다.

이후 프로생활과 결혼·임신 등 바쁜 생활 속에서 교회는 점점 멀어져 갔다. 그러다 2010년 딸을 낳고 ‘프로배구 역대 첫 엄마 선수’가 된 지 2년이 지난 2012년, 그는 어머니 손에 끌려 청주 서원경교회(황순환 목사)를 찾았다. 정 선수는 “코트 복귀 후 2년간 부진해 마음고생이 심했는데 그날은 ‘그동안 왜 교회에 나가지 않았을까’ 생각될 만큼 편안했다”고 고백했다. 그 뒤로는 오프시즌 중에는 반드시 교회를 찾아 주일 예배를 드린다.

그에게 힘이 되는 성경 구절은 여호수아 1장 9절이다. 지난달 열린 챔피언결정전에서도 정 선수는 왼쪽 팔목에 ‘Joshua 1:9(수 1:9)’라고 적힌 손목 보호대를 붙이고 경기에 나섰다. 그는 “‘강하고 담대하라’는 구절을 통해 두려움과 떨림을 이겨내자는 생각에서 시작했다”며 “매일 보호대 안쪽에 이 구절을 적고, 보호대 바깥쪽에는 그날마다 하나님께서 내게 주시는 구절을 적어둔다”고 말했다. 가끔 심판들이 찾아와서 “그게 뭐냐”고 물으면 “성경말씀이에요”라고 말하기도 한다. 시즌 중 찾아오는 슬럼프 때는 더 열심히 성경을 읽고 CCM을 들으며 마음을 가다듬는다고 했다.

팀 스케줄상 매주 예배 참석이 어렵기 때문에 정 선수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매일 예배를 드린다. 매일 아침 기도로 하루를 시작하며 리그 개막 한 달 전부터 성경 일독을 시작한다. 2014년 이후 이번 시즌까지 총 4차례 성경을 완독했다. 이제는 습관이 됐다. 그는 신앙생활을 중단한 후배들에게 “다시 (교회) 다녀보니까 참 좋다”고 전하는 데도 익숙해졌다. 한국 배구리그 여자부 두 번째 고참인 그는 믿음직한 ‘교회 언니’ 같았다.

이현우 기자 base@kmib.co.kr

사진=신현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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