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조준모] GM 퍼주기 성과급의 蒙汗藥 기사의 사진
글로벌 GM의 가치사슬(value chain)에서 한국GM의 경쟁력이 약화된 것은 매리 배라 회장이 취임한 2014년 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기존의 물량 극대화 전략에서 수익 극대화 전략으로 경영패러다임이 바뀌게 되고 적자폭이 큰 유럽GM의 오팰, 복스홀 등을 PSA에 매각하게 된다. 가치사슬에서 오팰과 이어져 있던 군산공장은 오팰이 매각되면서 매출이 급감하게 되며, 수출량이 2011년 대비 2017년에 36.3%나 감소하게 된다(승용차 기준, KAMA).

그간 유럽, 캐나다, 호주에서 GM의 철수는 유사한 방식으로 이루어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선거철에 철수 입장을 밝히면서 다급해진 정부의 지원금을 최대한 끌어내는 협상을 개시한다. 동시에 철수를 반대하는 노동조합의 강경 대응에 대한 비판적 여론을 증폭시켜 GM 철수에 대한 현지인들의 우호적 여론을 끌어낸다. 반면 GM의 철수전략을 정부와 노동조합이 힘을 합쳐 극복해냈던 영국의 복스홀 사례도 있다. 이 경우는 복스홀 공장이 유럽 내 다른 생산기지보다 생산성이 높았고, 노동조합도 임금과 복리후생을 삭감했고, 영국 정부도 본사를 방문해 설득하는 등 최선을 다한 결과다.

한국GM의 양상은 철수한 국가 사례를 쫓아가고 있다. 그간 한국GM의 현장 노사관계는 글로벌 가치사슬에서의 생존을 위한 고민 없이 임금 인상의 분배교섭에만 초점을 맞추어 왔다. 평균연봉의 변화를 보면 2012년에 6900만원, 2014년에 7900만원, 2016년에 8700만원 등 고공비행의 궤적을 그리게 된다. 2017년 군산공장의 가동률이 20%에 불과한데도 평균임금의 80%를 휴업수당으로 관대하게 지급했고, 2017년 12월 임금협상에서도 격려금 600만원, 성과급 450만원 등이 합의된 바 있다. 평소보다 빨리 개시된 2018년 교섭에서도 노동조합은 1인당 3000만원의 주식과 10년간 정리해고 금지, 정년 65세를 요구했다. 이 틈에 매출 대비 인건비 비중은 11.4%까지 치솟아 국내 경쟁사 르노삼성의 인건비 비중 4.4%보다 2배 이상 높아지게 된다.

그렇다면 지난 수년 동안 글로벌 가치사슬이 불리하게 돌아갈 때마다 노동조합이 양보교섭과 생산성 향상을 약속하며 신차 배정을 해 달라고 투쟁했다면 GM은 어떻게 나왔을까. 조합원의 고용안정을 지키기 위해 노동조합이 사즉생(死則生)의 결단으로 유연한 배치전환을 감내하고 생산공정의 혁신화를 위한 노력을 요구했다면 어떠했을까. 아마도 GM의 철수전략은 차질을 빚을 수 있었을 것이다. 관대한 임금인상의 몽한약(蒙汗藥)에 안주했던 노동조합이 성과급 미지급을 들어 ‘사장실 점거’에 나설 때 GM의 철수전략은 더욱 빛을 발하게 된다.

본사의 신차 배정과 자금 지원을 받고 동시에 정부 지원을 받으려면 한국GM은 20일까지 자구안을 내야 한다. 자구안을 내라는 것은 철수한 국가 정부가 예외 없이 취했던 조치이기도 하다. 그러나 글로벌 가치사슬이 불리하게 조정된 현재, 신차가 진정한 신차인지, 신차 배정계획 발표 후 철회한 인도 사례처럼 되지 않는지, 지원 후 경영의 지속성은 담보 받을 수 있는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그래서 정부가 정공법도 검토해야 할 시점이다. GM의 먹튀 논란과 관련해 국내외 조세법, 공정거래법상 위반이 있었는지 조사하고 필요시 소송전에 대비해야 한다.

그리고 제2의 GM이 아니라 생산기지로서 잠재적 가치를 높게 보고 지속적 투자와 상생을 약속하는 해외 기업 물색과 매각을 협상의 옵션으로 활용해야 한다. 한국GM 노동조합도, 50만 협력사 근로자들의 공멸을 막기 위해, 체질개선을 위한 각고의 자구안에 동참해야 한다. 지금처럼 근시안적인 분배교섭에 몰입하기보다는 생산과정의 재설계와 혁신에 참여해 조합원의 일자리 경쟁력을 지키는 주체가 되어야 한다. 미래 자동차 산업의 생태계는 전기차, 자율주행차 확대로 더욱 변화무쌍하게 변화해 갈 것이다. 몽한약에 취한 현재의 노사관계로는 한 치 앞의 생존도 보장받을 수 없을 것이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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