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 한탄하던 우체통이 민들레의 사랑과 대화로 진정한 자아 찾는 동화

우체통 44번의 봄/김경희 지음/전하은 그림/홍성사

신세 한탄하던 우체통이 민들레의 사랑과 대화로 진정한 자아 찾는 동화 기사의 사진
아파트 상가와 초등학교 사이에 놓여 있는 우체통 44번이 자신의 발치에 피어난 작은 민들레를 만나 진정한 자아를 찾는다는 내용의 창작동화다.

주인공인 우체통은 20여년 전과 달리 사람들이 자신을 찾지 않는 현실을 비관하며 쓸모없어진 자신을 자책하며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봄날, 작은 민들레 한 송이가 우체통을 찾아온다. 날마다 민들레와 대화를 나누며 우정을 쌓던 우체통은 어느샌가 불안감을 느끼게 된다. 자신이 잠든 밤에 민들레가 달님과 대화하며 가까워지자 이에 질투심을 느껴서다. 민들레가 달님에게 들은 이야기를 전하려 할 때면 우체통은 퉁명스레 화를 냈다. 특히 달님이 말한 ‘지금의 내 모습을 기뻐하는 하나님’을 전할 때 우체통의 분노는 폭발한다.

“말도 안 돼! 너에게 좋은 삶이 고작 이런 거라고? 네가 아무리 노력한다 해도 영산홍이나 철쭉처럼 저 화단을 차지할 순 없어! 그리고 나 같은 우체통도 휴대폰이나 컴퓨터를 이길 수 없다고! 구겨진 편지나 과자 껍질만 가득한 신세일 뿐인걸!”(39면)

우체통은 민들레가 홀씨가 되어 날아갈 때까지 부정적인 생각에 갇혀 진정한 자아를 찾지 못한다. 우체통이 자신의 틀을 깬 건 민들레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을 듣고서다. “우체통 아저씨는 내가 제일 사랑하는 살아있는 존재예요.” 이 말을 들은 우체통은 민들레와 자신 모두 하나님께 사랑받는 소중한 존재란 사실을 비로소 깨닫는다.

책은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지 묻는 이들에게 동화적 상상력을 자극해 스스로 길을 찾도록 안내한다. 우체통과 민들레의 대화 속에 기독교적 메시지도 스며있어 신앙서적으로 읽기에도 적합하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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