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김재중] 한국GM과 자동차산업 위기 기사의 사진
한국GM 사태가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경영 정상화를 위한 비용절감 등 자구계획안을 놓고 사측과 큰 견해차를 보여 온 한국GM 노조가 중앙노동위원회에 파업을 위한 쟁의조정 신청을 하더니 급기야 지난 5일에는 사장실을 점거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긴급 중재로 점거 농성은 풀었으나 9일부터 노조 집행부가 철야 농성에 돌입하며 다시 전운이 감돌고 있다. 특히 GM 본사가 신차 배정의 전제조건으로 내건 자구안 제출 시점이 오는 20일로 다가오면서 위기감은 커지고 있다. 당장 이달에만 차입금을 빼고도 한국GM은 1조원이 필요해 노사 합의가 불발될 경우 부도 가능성도 있다.

한국GM이 이 지경에 이른 데는 경영진의 책임이 크다. 산업은행도 2대 주주로서 사태를 방임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노조가 강경한 입장을 취하고 있지만 노조에만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상황이 매우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어 노조의 전향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이 요구된다. 우선 회사를 살려놓고 책임과 성과를 따지는 게 옳다. 외국 자본인 GM이 한국 시장에서 철수하면 노조의 주장도 공허한 메아리로 남을 뿐이다.

한국GM 사태는 위기에 빠진 한국 자동차산업의 현주소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한국 자동차 회사의 노동생산성은 아주 낮다. 최근 10년간 현대차·기아차·한국GM 등 자동차 3사는 345일을 파업했다. 반면 영국의 17개 완성차 제조사에서 최근 10년간 발생한 파업일수는 단 하루다. 파업일수는 노동생산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지표다. 한국 자동차 3사 노조가 지난 10년간 파업을 하면서 차질이 빚어진 생산대수는 101만1187대에 달한다. 파업만 안 했어도 각 사가 평균 10만대씩 더 생산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영국 자동차 3사(복스홀·재규어랜드로버·닛산영국법인)의 근로자 1인당 매출액은 14억9400만원으로 한국 3사(현대차·기아차·한국GM)의 7억8200만원보다 2배나 많다. 반면 현대차 등 국내 3사의 매출액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율은 12.8%로 영국 자동차 3사(6.1%)의 2배가 넘는다. 이처럼 1인당 매출액은 낮고 인건비 비중은 높다보니 노동생산성은 떨어지고 경쟁력은 뒤처질 수밖에 없다.

자율주행차 등 미래차 기술 선점을 위한 글로벌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한국 자동차산업은 거대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한국은 고비용·저효율 생산 구조가 고착화되면서 세계 자동차 생산 10개국 가운데 유일하게 2년 연속 생산이 줄어 국가별 생산대수 순위에서 멕시코에 역전당해 7위로 밀려났다. 수출은 감소하고 내수시장은 수입차에 계속 잠식당하고 있다. 한국 자동차산업 위기의 주된 원인은 잦은 파업 등 경직된 노조와 높은 인건비, 낮은 생산성에 있다. 대립적 노사 관계로 고비용·저효율 구조가 심화된 호주 자동차산업이 결국 파산하고 영국도 자국 자동차 메이커가 모두 외국 기업에 인수됐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한국GM 노조는 최근 금호타이어와 STX조선해양 노조의 결단을 타산지석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금호타이어 노조도 중국 더블스타로의 매각에 반대하며 강하게 버텼으나 결국 조합원들의 고용 안정을 위해 해외 매각을 수용하고 정상화를 위한 물꼬를 텄다. STX조선해양 노조도 인력 감축 대신 무급휴가, 임금삭감안을 포함한 자구안 제출에 동의했다.

한국GM에는 이미 2132억원의 국민 세금이 투입됐고 정상화 이후에도 추가로 공적자금을 지원받아야 한다. 따라서 국민 여론이 중요하다. 하지만 지금 노조의 행태는 국민들로부터 싸늘한 시선을 받을 뿐이다. 청와대와 정부도 구조조정 문제를 정치적으로 풀지 않겠다고 이미 선언했다. 한국GM에 납품하는 3000개 협력업체 직원 30만명도 생존을 위해 노조의 대승적인 결단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이제는 한국GM 노조가 책임 있게 답해야 할 때다. 12일부터 재개될 노사 임금단체협상 결과를 주목한다.

김재중 산업부장 j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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