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배병우] 문재인정부의 확증편향 기사의 사진
시민운동가 출신 김기식 전 의원의 금융감독원장 임명은 문재인정부의 인력풀이 얼마나 협소한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피감기관의 돈으로 외유성 출장을 다녀왔다는 도덕성 논란은 제쳐놓더라도 그가 금감원장 직을 수행할 만큼 금융에 전문성이 있는지에 대해선 대부분 회의적이다. 문정부 인력풀의 한계는 자초한 측면이 강하다. 자기들과 성향과 이념이 같은 사람만 쓰겠다는 극심한 ‘사람 가리기’의 결과다. 박근혜정부처럼 악의적이고 조직적이지는 않을지라도 ‘우리끼리만’ 하는 폐쇄성에서는 도긴개긴이다.

외교안보 분야에서는 남북 대화파들로만 판을 까는 것을 넘어 다른 시각에 재갈을 물리려는 조짐도 보인다. 국립외교원 S 교수의 아산정책연구원 이직, 데이비드 스트라우브 세종-LS 객원연구원의 사직에 청와대의 압력이 작용했다는 설이 대표적이다. 문정부 대북정책을 비판한 이들의 기고문이나 방송 발언이 빌미가 됐다는 것이다. 스트라우브의 사례는 S 교수와 달리 일본어로 손타구(윗사람의 뜻을 헤아려 알아서 행동함)에 가까워 보이지만 맥락은 그대로다. 경제 분야도 다르지 않다. 공무원은 물론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국책연구소 연구원들도 최저임금 인상이나 청년실업 대책 등 논란이 되는 정책에 대해서는 사석에서조차 의견을 말하길 꺼린다. 인간은 자기의 신념과 일치하는 것만 받아들이려는 경향이 있다. 이처럼 믿고 싶은 정보만 믿는 심리적 성향을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이라고 한다. 쉬운 말로 하면 인간은 보고 싶은 것만 본다는 것이다. 이런 편향성은 의사결정 때뿐 아니라 정보 수집 단계에서부터 나타난다. 그래서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만 모이면 잘못된 판단과 정책 실수를 할 가능성이 커진다. 각 부처 자문위원회 등이 문정부의 이념과 성향에 맞는 전문가들로만 채워지고 있다는 얘기는 오래됐다. 김기식 원장에 대한 비판과 의혹 제기가 금융개혁 반대 세력의 음모라는 여권의 반응은 이 정부의 확증 편향이 이미 위험한 수준이라는 신호다.

배병우 논설위원

삽화=이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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