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이 말한다. 좋은 일자리란?] ‘노동시장 유연화+안전망’ 구축해야 일자리 질 높여 기사의 사진
글 싣는 순서
<상> 청년 구직자가 꼽은 ‘좋은 일자리’
<중> ‘좋은 일자리’는 왜 줄고 있나
<하> 한국형 ‘좋은 일자리’ 확충 해법


지나친 노동시장 경직성… 기업들, 일자리 문제 근원 인식
독일·네덜란드·덴마크 노동 개혁 대표적 사례지만 안전망 약한 한국에는 무리
“노동시장 유연화 실증 부족 질 낮은 일자리만 양산” 지적도
대기업-중기 이중구조 해소 왜곡된 경제구조 개선 목소리도


좋은 일자리 만들기는 노동시장 구조와 경제 성장 시스템을 개혁하는 일과 맞닿아 있다. 한꺼번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도깨비 방망이’는 없다. 좋은 일자리 감소의 원인이 복합적인 만큼 제시되는 해법도 다양하다. 전문가들은 사회안전망 확충이 전제된 노동시장 유연화, 대·중소기업으로 나뉜 노동시장 이중성 해소, 사람에 투자하지 않는 경제구조 개편이 필요하다고 진단한다.

국제통화기금(IMF)이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이 노동시장 개혁에 나서지 않으면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힐 수 있다”고 경고해 왔다. 11일 세계경제포럼(WEF)이 지난해 137개국을 대상으로 노동유연성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한국은 노사 간 협력에서 130위, 정리해고 비용에서 112위, 임금결정 유연성에서 62위를 기록했다. 모두 노동시장 경직을 보여주는 징표들이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은 채용에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경기가 좋은데도 일자리는 늘지 않는 역설이 생긴다.

전문가들은 노동시장 유연화에 성공한 독일 네덜란드 덴마크 사례를 주목한다. 독일은 2000년대 ‘하르츠 개혁’으로 유연성을 높였다. 시간제 일자리와 ‘미니 잡’을 확대하고 파견근로 관련 규제도 대폭 풀었다. 그러자 노동지표에서 ‘파란불’이 들어왔다. 2000년대 중반 11% 수준이었던 실업률은 2013년 5% 수준으로 떨어졌다. 25세 미만 청년층의 실업률은 2005년 15.8%에서 2013년 7.8%로 감소했다.

네덜란드는 엄격한 정규직 노동자 ‘해고 문턱’을 낮추는 대신 비정규직 노동자 보호를 강화했다. 자발적인 단시간 노동자 비율이 높아지고, 이동이 활발한 노동시장 구조가 확립됐다. 덴마크는 법적 해고요건이 엄격하지 않은 편이라 유연한 노동시장을 유지해 왔다.

그러나 이들 국가의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을 그대로 한국에 접목하기는 어렵다. 이들은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을 시작하기 전에 탄탄한 사회안전망을 갖추고 있었다. 대표적인 게 덴마크의 실업급여다. 1980년대 덴마크의 실업급여 수급기간은 9년이었다. 99년 이후 4년으로 줄었지만, 7개월인 한국과 천양지차다. OECD 회원국의 평균(15개월)도 한국보다 길다. 실업급여의 소득대체율 역시 한국은 50%로 OECD 평균(63%)에 미치지 못한다.

박근혜정부가 노동시장 유연성을 높이는 노동개혁을 추진했지만 공감을 얻지 못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실직자를 지원할 사회안전망이 구축되지 않은 상황에서 노동시장 유연성만 높이겠다는 정책은 설득력을 얻을 수 없다.

국민일보가 한국폴리텍대학 재학생 15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에서도 구직자들은 취업 문턱이 높더라도 안정성이 높은 일자리(71.8%)를 선호했다. 국가에서 제공하는 안전망이 취약하다보니 실직 두려움이 그만큼 큰 것이다. 이에 따라 문재인정부는 박근혜정부의 유연화 정책을 폐기하고 사회안전망 확충에 주력하고 있다.

한국 노동시장이 경직됐다는 주장을 반박하는 의견도 있다. 한국노동연구원 윤윤규 고용정책연구본부장은 “한국의 노동시장이 경직돼 있다는 실증적 증거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경직성 정도를 나타내는 근속기간을 보면 지난해 8월 기준 전체 임금근로자의 평균은 71개월(5.92년)이었다. 9.27년인 OECD 평균에 미치지 못한다. 생각보다 한국 노동시장이 경직돼 있지 않음을 보여주는 통계다. 이런데도 유연성을 높이면 질 낮은 일자리만 양산된다는 우려도 나온다.

윤 본부장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으로 나뉘는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해소하는 게 더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중소기업에 이익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불공정한 거래 구조를 바로잡아 중소기업 일자리의 질을 높이는 선순환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정부가 경제정책방향에서 한 축으로 내세우는 ‘공정거래’와 일맥상통한다.

일부에선 왜곡된 경제구조를 수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국개발연구원(KDI) 박윤수 연구위원은 “노동정책만으로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는데 한계가 있다”며 “왜 기업이 사람에 투자하지 않고, 부동산이나 금융자산에 투자하는지 원인을 들여다보고 해법을 찾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

세종=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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