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완식의 우리말 새기기] 머리 기울여 남의 말을 듣는 ‘경청’ 기사의 사진
저 하고 싶은 말만 하고 도통 남의 얘기를 들으려 하지 않는 사람들을 봅니다. 타인의 입장도 경청(傾聽)하려는 인성이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이겠지요. 경청은 남의 생각, 감정 등에 대해 자기도 그렇다고 느끼는 ‘공감’에서 나오는 배려의 다른 이름일 것입니다.

경청은 기울여(傾) 듣는다(聽)는 뜻입니다. 말하는 사람 쪽으로 고개를 기울여 주의 깊게 듣는 것이지요. 傾은 사람(人, 인)이 머리(頁, 혈)를 기울인다(匕, 비)는 뜻의 글자입니다. 경사(傾斜) 등에 쓰입니다.

경국지색(傾國之色). 임금이 미혹돼 나라가 기울어가도 모를 정도의 미색이란 말인데, 대개 중심을 못 잡은 사내들이 주역으로 등장하지요. 애먼 백성들만 생고생을 했을 테고. 당나라 현종은 며느리를 제 여자로 삼는 패륜을 저질렀지요. 양옥환, 바로 양귀비입니다. 시인 백거이가 ‘장한가’ 첫머리에서 탄식합니다. ‘황제가 미색을 밝혀 나라는 기우는데(傾國)….’ 백성의 마음을 헤아리고 ‘傾聽’해야 할 자가 색에 눈이 멀어 ‘傾國’의 지경을 만든 것이지요.

아랫사람이 윗사람 말을 귀 기울여 듣는 것, 경청일까요. 도리라고 한다면 모를까 아첨의 냄새도 납니다. 나라가 어려움에 처한 이들의 말을 들어주고 보살피는 것, 윗사람이 바른말 하는 아랫사람을 물리지 않고 곁에 두는 것. 진정한 경청의 자세라 하겠습니다.

서완식 어문팀장

삽화=전진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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