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산책] 폐허에 만든 예술도서관 기사의 사진
티에스터 게이츠 ‘Stony Island Arts Bank, Johnson 라이브러리’, 2015
독서 인구는 많이 줄었지만 멋진 서가를 갖춘 도서관들이 곳곳에 생겨나고 있다. 책을 가까이하지 않던 사람들도 그곳에 가면 책 속으로 절로 빠져들고 싶어진다. 미국 시카고를 무대로 활동하는 예술가 티에스터 게이츠(45)가 만든 도서관도 마찬가지다. ‘2015 시카고건축비엔날레’ 때 첫선을 보인 이 도서관은 요즘 시카고 시민들이 즐겨 찾는 명소가 됐다. 폐허로 오랫동안 방치됐던 은행 건물을 개조한 ‘예술도서관’이란 점 때문이다. 7m 높이의 벽면을 꽉 채운 18단의 선반과 기둥은 낡은 건물을 헐 때 나온 폐목이 사용됐다. 장서는 출판업자 H. 존슨이 보유해 온 컬렉션이다.

시카고 대학 교수이자 리빌드 재단을 이끌며 낙후된 도시를 되살려온 게이츠는 100여년 전 지어졌다가 흉물처럼 버려진 은행 건물에 주목했다. 이 은행을 도시빈민을 위한 아트센터로 바꾸겠다고 결심한 그는 1만7000평방피트(478평) 크기의 은행을 시로부터 1달러에 사들였다. 그러곤 전시실, 도서관, 커뮤니티센터로 바꾸는 일에 착수했다. 문제는 450만 달러에 달하는 개축비용이었다. 지붕에 구멍이 뚫려 물이 줄줄 새고, 온갖 파편이 널브러진 현장을 본 지인들은 작가를 말렸다. 그러나 그는 신고전주의 양식으로 지어진 옛 건물에 매료돼 프로젝트를 밀어붙였다. 건물에서 나온 대리석판 100개에 ‘Art We Trust’라고 새겨 넣어 5000달러에 팔았고, 펀드도 조성해 기금을 마련했다. 녹이 슨 지하금고는 그대로 남겨 과거와 미래를 잇게 하기도 했다.

그 결과 시카고의 골칫덩이였던 낡은 은행은 예술 랜드마크로 멋지게 되살아났다. “세상을 바꿀 수 있을 때 예술은 가치 있다”는 게이츠의 신념도 오래 기억될 듯하다.

이영란 미술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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