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준동] 오렌지가 봄 과일 왕좌를 딸기에 내준 까닭 기사의 사진
전통적으로 3∼4월에 가장 많이 팔리는 과일은 오렌지다. 인도가 원산지인 오렌지는 3가지로 분류된다. 스페인 지명을 딴 발렌시아(Valencia), 색깔이 검붉어 붙여진 블러드(Blood), 꼭지 아래쪽이 배꼽 모양을 하고 있다고 해서 명명된 네이블(Navel) 오렌지가 그것이다. 이 중 우리나라에 수입되는 오렌지는 캘리포니아에서 재배되는 네이블이 대부분이다. 껍질이 얇고 씨가 없으며 당분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원래 미국산 오렌지에는 9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는 기존 양허세율인 50%를 적용하고, 3∼8월에는 30%를 적용했다. 하지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이를 매년 순차적으로 감축하다가 올해부터는 완전히 철폐됐다. 작년까지 5%였던 계절관세가 ‘0%’가 된 것이다. 그만큼 가격이 싸졌다는 의미다. 현재 네이블 오렌지 10개 소매가는 9444원으로 지난해 4월 평균 가격인 9886원보다 4.5% 저렴하다. 이는 2013년 9075원 이후 4월 가격으로는 가장 낮은 수준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판매량은 오히려 하락하고 있다. 이마트에 따르면 지난달 1일부터 이달 9일까지 오렌지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9% 감소했다. 이에 따라 수년간 3∼4월 과일 매출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켰던 오렌지는 올해는 딸기에 밀려 매출 순위가 2위로 떨어졌다.

가격이 싸졌는데도 판매량은 왜 감소하는 걸까. 이유는 늘어난 1∼2인 가구에서 찾아볼 수 있다. 1∼2인 가구 비중이 54.1%(지난해 기준)까지 늘면서 2030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과일 소비에서도 편의성을 중시하는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칼을 쓰지 않고 씻지 않아도 손쉽게 바로 먹을 수 있는 과일을 찾는다는 얘기다. 수입 과일 바나나가 지난해 사상 처음 사과를 제치고 매출 1위를 기록하며 ‘국민과일’로 올라선 것도 이 때문이다. 수년 전부터 일본에서도 껍질을 벗길 필요 없고, 간단히 먹을 수 있는 과일이 인기라고 한다. 먹기 귀찮은 과일이 점차 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것만은 분명한 듯하다. 칼을 쓰지 않는 식재료를 선호하는 현상도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대세가 된 1∼2인 가구가 생활 패턴까지 급격히 변화시키는 모양새다.

김준동 논설위원

그래픽=이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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