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임수정 혹은 인간 임수정… “나의 길을 가겠소” [인터뷰] 기사의 사진
전작 ‘더 테이블’(2017)에 이어 저예산영화 ‘당신의 부탁’로 스크린에 복귀한 배우 임수정. 건강상의 이유로 3년 전부터 채식을 시작했다는 그는 “현재 내 관심사는 환경보호나 동물복지에 관한 것들이다. 마흔 즈음 여성으로서의 내 생각들을 담은 에세이집을 준비 중”이라고 했다. 명필름·CGV아트하우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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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이 뭐라 해도 난 나의 길을 가겠소.’

이 얼마나 용감하고도 멋진 마인드인가. 자신의 인생을 주체적으로 살아내겠다는 당찬 의지가 꽉 들어차 있으니 말이다. 배우 임수정(39)이 요즘 매력을 느끼는 건 바로 이런 캐릭터란다. 19일 개봉하는 ‘당신의 부탁’의 효진 역시 그렇다.

이런 마인드는 ‘인간 임수정’의 가치관과도 맞닿아 있다. “무언가를 선택함으로써 다른 하나를 포기해야 하더라도 아쉬워하거나 욕심내지 말자. 내가 하고 싶은 것만 하며 살아도 난 충분히 바쁘고 즐겁다. 이런 생각들이 제게 중요한 가치를 지니게 됐어요.”

순제작비 7억원의 저예산영화 ‘당신의 부탁’ 출연을 결심한 데에도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최근 서울 중구 CGV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에서 만난 임수정은 “이렇게 다양한 여성 캐릭터가 등장하는 영화가 귀하지 않나. 여성, 그리고 엄마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이야기여서 좋았다”고 말했다.

영화는 남편의 죽음 이후 홀로 동네 공부방을 운영하며 살아가던 서른둘의 효진(임수정)이 남편과 전처 사이에 난 열여섯 사춘기 아들 종욱(윤찬영)을 떠맡게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어색하기만 하던 두 사람이 차츰 마음을 열고 진짜 가족이 되어가는 과정을 차분히 따라간다.

전형적인 모성을 그리지는 않지만 임수정에겐 첫 ‘엄마’ 역할이었다. “처음엔 고민이 됐어요. 한데 감독님께서 ‘임수정이란 배우와 엄마 이미지가 이질적이기 때문에 오히려 효진의 당혹스러움이 더 잘 표현될 것 같다’고 제안해주셨죠. 그 말에 용기를 얻었어요.”

임수정은 ‘장화, 홍련’(2003) ‘싸이보그지만 괜찮아’(2006) ‘내 아내의 모든 것’(2012) 등 상업영화 주연으로 활약해 오면서도 소규모 영화에 대한 애정을 거두지 않았다. 몇 해 전 크고 작은 영화제 심사위원을 맡으면서 독립·예술영화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는 그다.

“상업영화 안에서 여배우가 맡을 수 있는 역할이 제한적이거든요. 반면 독립·예술영화는 훨씬 자유롭게 다양한 캐릭터들이 다뤄지죠. 연기를 하면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되더라고요. 저로 인해 작은 영화들이 좀 더 알려진다면 그 또한 좋은 일일 테고요.”

임수정은 “상영관 확보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겠지만 그 안에서 최대한 많은 관객이 봐주시길 바란다”고 했다. “그렇다고 우리가 ‘어벤져스’를 이길 순 없잖아요(웃음). 영역이 다르니까 오히려 속이 편해요. 물론 저도 여전히 상업영화 하고 싶죠. 1000만 관객도 모아보고 싶고…. (흥행) 간절해. 목말라요. 하하.”

‘미안하다, 사랑한다’(KBS2·2004)라는 히트작을 남기고도 임수정은 한동안 안방극장을 멀리했다. 정신없이 돌아가는 드라마 제작 환경에 적응하기 어려웠던 탓이다. 한데 ‘시카고 타자기’(tvN·2017) 출연을 계기로 생각이 달라졌다.

그는 “로맨스 위주였던 과거와 달리 드라마 장르가 다양해지지 않았나. 사전제작 등 촬영 여건도 개선됐다. 좋은 작품이 있다면 얼마든지 하고 싶다”고 했다. 이어 “내가 원하고 좋아하는 게 점점 선명해진다. 연기 열정이 너무 세져 감당이 안 될 정도”라고 덧붙였다.

18년차 경력에 비해 작품 수가 많지 않은 편이다. 하지만 본인에게는 딱 맞는 속도란다. “가끔 ‘임수정 잘 안 보인다’고 느끼실 수도 있어요. 근데 배우들은 잊힌 듯하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 ‘짜잔’ 나타나잖아요(웃음). 앞으로도 제 속도대로, 하고 싶은 것들을 해나갈 생각이에요.”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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