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성못’ 아무리 발버둥쳐도 제자리… 굳세어라 청춘 [리뷰] 기사의 사진
영화 ‘수성못’의 한 장면. 주인공 희정(이세영)은 끊임없이 좌절을 맛보면서도 최선을 다해 살아나간다.인디스토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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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꼰대’라 일컬어지는 자들이 내뱉는 가장 무신경한 발언은 이런 것들이다. “요즘 애들은 근성이 없어. 도전을 안 해. 우리 때는 안 그랬는데.” 근거 없는 우월감에 취해 아래 세대에게 무턱대고 열정만을 강요하는 것이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영화 ‘수성못’(감독 유지영)에는 저마다 치열하게 발버둥 치고 있는 청년들이 있다. 대구 수성구에 사는 희정(이세영)은 서울에서의 대학 생활을 꿈꾸며 편입 준비에 매달린다. 부모의 지원 없이 공부를 하는 터라 생활비는 직접 번다. 수성못에서 오리배 관리 아르바이트를 하며 한시도 허투루 보내지 않는다.

희정이 가장 한심하게 여기는 건 남동생 희준(남태부)이다. 누나와 달리 하고 싶은 게 없는 그는 사회생활을 일절 하지 않고 집안에 틀어박혀 책만 읽는다. 희준을 마주칠 때마다 희정은 잔소리를 늘어놓는다. “인마. 좀 치열하게 살아라. 치열하게!”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고 싶어 하는 희준의 속마음은 모른 채.

수성못에서 실종사건이 발생하면서 희정의 일상에 균열이 생긴다. 사고 즈음 우연히 만난 영목(김현준)은 희정의 주위를 자꾸 맴돈다. 늘 밝아 보이는 그는 사실 누구보다 죽길 원하는 자살클럽 회장. 영목은 희정에게 이런 얘길 건넨다. “세상에 자기 얘기 들어주는 딱 한 사람만 있으면 그 사람은 안 죽어요.”

극 중 인물들은, 아니 어쩌면 우리 모두는, 오리처럼 살아가고 있는지 모른다. 유유히 부유하는 듯하지만 물 아래에선 쉴 새 없이 물장구를 치고 있다. 그렇게 분주히 버둥대도 자신이 속한 울타리를 벗어나기란 쉽지 않다. 간절히 바랄수록 그와 멀어져 버리는 인생은 우리를 곧잘 지치게 만든다.

삶의 양면들을 나열하며 그 부조리함을 비관하던 영화는 그럼에도 끈질기게 희망이라는 빛에 도달하고야 만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공감’이라고. 같이 해야 한다고. 그래야 삶이 움직인다고. 제 역할을 십분 해낸 젊은 배우들이 이 명랑한 블랙코미디에 생기를 더한다. 19일 개봉. 88분. 15세가.

권남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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