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태현] 체육계의 집단지성 기사의 사진
“지금까지는 내가 모든 것을 결정했지만 이번 시즌엔 주장 완장의 주인부터 너희들이 정하길 바란다.” 독인 분데리가 호펜하임의 율리안 나겔스만(31) 감독은 이번 2017∼2018 시즌을 앞두고 팀을 이끌 주장과 부주장의 선임은 물론 팀의 목표 설정까지 선수들에게 맡겼다. 유례 없는 실험이다. 하지만 나겔스만 감독은 선수들에게 더 많은 책임을 부여하고 스스로 자신의 입지를 좁히는 모험을 택했다. 그는 “우리 선수들을 믿는다”며 “그들 스스로 목표를 세웠다는 사실이 기쁘다. 앞으로 호펜하임의 행보는 선수들에게 달려 있다”고 말했다. 호펜하임 선수들은 주장으로 오이겐 폴란스키를, 부주장으로 케빈 보그트와 벤자민 허브너를 뽑았다. 주장단은 올리버 바우만과 산드로 바그너, 에르민 비카치치와 함께 호펜하임 위원회를 이끌고 있다.

나겔스만 감독은 현역 최연소 감독 타이틀을 가지고 있다. 1860뮌헨과 아우크스부르크에서 선수생활을 했던 그는 21세의 어린 나이에 부상으로 은퇴했다. 그는 아우크스부르크 유스팀에서 보조코치로 활약하던 중 당시 2군 팀을 이끌던 토마스 투헬의 눈에 띄어 지도자 수업을 받게 됐다. 그는 2013∼2014 시즌 호펜하임 U-19팀을 맡아 리그 우승을 이끌며 능력을 인정받았다.

2016년 2월 나겔스만 감독은 축구 인생의 전환점을 맞았다. 호펜하임 1군을 이끌던 후프 슈테벤스 감독이 건강상의 이유로 돌연 은퇴를 선언한 바람에 호펜하임 1군 사령탑에 오른 것이다. 나겔스만 감독은 2015∼2016 시즌 전반기 꼴찌였던 팀을 15위로 올려놓아 1부 리그에 잔류시켰다. 지난 시즌엔 호펜하임을 리그 4위로 이끌어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플레이오프 진출권을 따냈다. 그 공로로 독일축구협회로부터 2016 올해의 감독상을 받았다. 이번 시즌 호펜하임은 팀의 주축이었던 세바스티안 루디, 니클라스 쥘레 등이 이적했지만 15일 현재 5위로 선전하고 있다.

나겔스만 감독의 실험은 ‘집단 지성’을 떠올리게 한다. 집단 지성이란 다수의 개체들이 서로 협력하거나 경쟁을 통해 얻게 된 지적 능력의 결과로 얻어진 집단적 능력을 일컫는다. ‘대중의 지혜’의 저자 제임스 서로위키는 특정 조건에서 집단 전체가 집단에 속한 가장 똑똑한 사람보다 더 현명한 판단을 내린다고 주장했다. 나겔스만 감독의 혁신적인 실험이 앞으로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지 궁금하다.

김태현 차장

삽화=전진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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