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홍 칼럼] 文정부, 이러다 ‘한국당 지킴이’ 될라 기사의 사진
낡은 프레임에 갇혀 있고 내부는 지리멸렬한 한국당
지방선거 참패 예상됐지만 김기식 금감원장 사태 등
현 정부의 오만에 등 돌린 이들 많아져 선거결과 예측하기 힘들어


외유성 출장과 이중적 행태로 공분을 사고 있는 김기식 금감원장에 대한 여권의 과도한 감싸기, 대입 개편안 마련에 세금을 펑펑 쓰고도 공을 국가교육회의에 떠넘긴 무책임, 미세먼지에 이어 폐비닐 쓰레기 대책 마련을 놓고 갈팡질팡하는 무능, 부작용이 드러난 최저임금 인상에 이어 근로시간 단축에도 세금을 퍼붓겠다는 무모(無謀), 사드 배치 공언해 놓고 시위대에 막혀 공사 못하는 무기력…. 요즘 벌어졌거나 벌어지고 있는 국정 난맥상들이다.

이쯤 되면 자연스레 눈길이 야당에 쏠릴 만한데 전혀 그렇지 않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을 보면 절로 고개를 떨구게 된다. 아예 쳐다보기도 싫다는 이들, 기대를 버린 지 오래됐다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이러니 문재인정부의 헛발질에도 한국당이 정국을 주도하지 못하고, 추락한 지지율이 정체 상태에 빠져 있는 건 당연한 일이다. 문재인정부가 꿋꿋하게 내로남불 행보를 지속하는 데에도 한국당의 존재감이 미미하다는 점이 영향을 미치고 있을 것이다. 한마디로, 한국당이 중병(重病)에 걸려도 단단히 걸렸다는 뜻이다.

한국당이 문재인정부를 힐난하는 건 수준급이다. ‘좌파 국가주의’라든가 ‘일방통행 정부’ ‘신적폐정부’ 등등. 일부 맞는 구석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케케묵은 색깔론은 자충수다. 이념적으로 맨 오른쪽에 위치한 이들, 이른바 ‘집토끼’를 결집시키는 효과는 있을지 몰라도 외연을 확대하는 데에는 득이 안 된다. 일리 있는 말도 귀담아듣지 않게 만든다. 시대가 바뀌었다. 좌파, 종북이라고 공격해대는 반공주의 패러다임은 통하지 않는다. 남북 관계에 평화지향적으로 접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성장에 방점을 둔 경제논리도 손봐야 한다. 흙수저니 금수저니 하며 절망하는 젊은이들이 얼마나 많나. 경제가 좋아지면 살림살이가 나아질 거라는 막연하고 낙관적인 주장은 시효가 끝났다. 대중들의 언어를 사용하는 데 익숙해져야 한다.

비판만 했지 주목할 만한 대안 제시가 거의 없는 점도 한국당의 고질이다. 특히 일자리 문제와 저출산 등 서민생활과 직결된 사안들에 대해 정부가 오락가락하지만, 한국당은 다수가 공감하는 대책을 내놓으며 생활정치 이슈를 이끌어가는 데는 젬병이다. 대안세력이라는 믿음을 줄 리 만무하다. 집권세력이 잘못하기만 기다려 반사이익을 챙기려는 게 아니냐는 지적을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당내 상황은 지리멸렬이다. 홍준표 대표의 언사(言辭)는 거칠다. 당 소속 중진 의원들을 겨냥해 ‘연탄가스’에 비유하기도 했다. 사당화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그리고 의원들은 각자 알량한 기득권을 챙기려 아우성이다. 행여 지도부로부터 해코지를 당하지나 않을까 납작 엎드려 있는 의원도 적지 않다. 참신하고 합리적인 차기 리더십은 보이지 않는다. 유권자들이 짜증을 낼 수밖에 없는 상태다.

한국당이 망가진 건 문재인정부의 적폐청산 프레임이 강하게 작동되고 있는 게 한 요인일 것이다. 하지만 그보다 지지부진한 내부 혁신 작업의 영향이 훨씬 더 크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및 구속, 대선 참패를 겪었으면 석고대죄해야 마땅하나 진심으로 반성하며 책임지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인적 쇄신도 미미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 구속 때도 마찬가지다. 뭘 잘못했는지조차 알지 못하는 분위기다. 그러니 요 모양 요 꼴인 것이다

이런 점들을 근거로 6·13 지방선거를 계기로 한국당이 소멸의 길로 접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문재인정부 출범 11개월이 지나도록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으니 지방선거에서 참패해 결국 당 간판을 내리게 될 것이라는 시각이다. 불가능한 시나리오는 아니다. 지난 대선 때보다 뜨거운 맛을 보여주겠다고 벼르는 유권자도 적지 않을 듯하다. 한국당이 자초한 환경이다.

그러나 홍 대표는 올 지방선거에서 현재 한국당이 차지하고 있는 광역단체장 6곳을 지키지 못하면 대표직을 던지겠다고 했다. 경남·경북지사와 대구·울산시장 선거는 이기고 여기에 대전시장이나 부산시장, 충남지사 선거에서의 승리를 염두에 두고 있는 셈이다. 얼토당토않은 계산 같지만 요즘 들어 불가능한 시나리오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문재인정부의 불통과 오만에 실망한 이들이 제법 느는 듯해, 늙고 매력 없는 한국당이 어부지리할 소지가 없지 않다는 얘기다. ‘김기식 파문’ 와중에 포털 사이트의 댓글 추천을 조작해 구속된 민주당원들이 문 대통령 최측근인 여당 의원과 접촉한 것으로 알려져 정치권이 술렁이는 등 해괴한 일들의 연속이다. 우울하지만, 이러다가 정말 문재인정부가 ‘한국당 지킴이’ 역할을 하게 될지 모른다.

김진홍 편집인 jh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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